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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거짓 증언, 여러분이 판사라면 어떻게 판단하시겠습니까!

aulir 2024. 10. 4.
그의 거짓 증언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1]

추형오는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흥적인 거짓을 만들려니 생각나는 대로 아무나 소환했다. 과연 판사는 이 자의 증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처음부터 시작된 추형오의 거짓 증언

이어 추형오가 증언대에 앉았다. 모든 방청객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크게 두 가지로 읽혔다. 하나는 '사실이야 어찌 됐든, 어떻게 하급 직원이 상사를 고발할 수 있나'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사람이 어디까지 거짓을 말할 것인가'였다. 먼저 검사가 신문을 시작했다. 역시 공소장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뚜렷한 새로운 증거가 없다는 뜻이다.

그의 거짓 증언, 판사는 어떻게 판단할까!
그의 거짓 증언, 판사는 어떻게 판단할까!

검찰의 "면장이 선거 전에 사업을 한 것은 현 군수 당선을 위한 것이었고"라는 말에 추형오는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면장이 '내가 사업비가 없다'고 말하면 군수가 내려줄 것이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는 등, "내가 신청하지도 않은 사업비 5천만 원을 군수가 일방적으로 내려줬다"는 말도 안 되는 증언을 천연덕스럽게 했다. 그의 표적은 (내가 아닌) 군수를 향하는 듯했다. 결국, 그는 결정적인 거짓 증언을 했다.

"2018년 4월 16일에도 증인은 피고인과 지용석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공사 현장을 이동하던 중 당시 차 안에서 피고인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나요? '현 군수를 도와줘야 하지 않냐, 밀어 달라' 이런 취지의 이야기를 한 사실이 있지요?"

"그건 사일리(가칭) 마을 방향으로 가던 중 차 안에서 그런 내용 얘기를 했습니다."

"이후에도 2018년 5월경 면사무소 건물 뒤편에 있는 흡연장에 담배를 피우러 갔다가 곧이어 흡연장으로 온 피고인이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한 사실이 있지요?"

"예, 있습니다."

추형오, 지용석, 경찰이 모의?

상황을 다시 한번 복기해 보자. 추형오는 2018년 9월 4일 경찰 진술에서 '4월 16일 지용석이 운전하는 차에 면장과 함께 타고 사업장을 둘러봤다'고 했다. 그의 진술 어디에도 그날 '면장이 군수 지지를 말했다'란 내용은 없었다.

2018년 11월 5일, 두 번째 경찰 조사에서 수사관이 "면장이 군수 지지를 4월 16일 차 안에서 한 것이 아닌가요?"라고 두 번에 걸쳐 물었음에도 그는 "아니다. 5월 초 면사무소 뒤 흡연장이었다"라고 진술했었다.

그런데 그 말이 묘하게 변질됐다. 경찰이 작성한 사전 구속영장 신청서에 '4월 16일 차 안에서 면장이 군수 지지 호소'란 내용이 버젓이 등장했다. 경찰은 그와 같은 거짓 내용을 그대로 검찰로 넘겼었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검찰의 전화조사에서 지용석은 느닷없이 '4월 16일 차 안에서 들었다'란 엉뚱한 진술을 했다. 지용석은 경찰 조사에서 '면사무소 차를 타고 사업 현장을 다닐 때는 면장의 그런 말을 듣지 못했고, 추형오를 태우고 출퇴근할 때 추형오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했었다.

과연 지용석과 추형오와 경찰이 모의하지 않았다면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까! 검찰에 이어 변호인이 나섰다. 변호인은 검찰에서 내렸던 '피고인 직권남용 혐의 무죄 처분'부터 시작했다.

변호인 질문이 시작됐다

"주민숙원사업과 관련해, 선 공사하고 후 결재하는 과정에 대해서 검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피고인이 주민숙원사업 관련해서는 '면장 재량'이고, 직권남용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는 건 알고 계시죠?"

"통보받아서 알고 있습니다."

2018년 9월 4일, 추형오가 처음 경찰서를 찾았던 날, 나에 대한 고발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현 군수의 당선을 위해 면장이 일방적으로 많은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내가 그(추형오)에게 군수를 지지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전자의 '혐의 없음' 처분은, 추형오가 군수를 엮으려 했던 한 가지가 소멸했음을 뜻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는 군(郡) 소속 공무원이다. 정황상 군수에 대한 개인감정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가 작심한 듯 군수를 비난했다. 반면 경찰에서 그에게 D당 후보자인 유서현에 관해 물었을 땐, '그분', '전(前) 과장님' 등 깍듯한 존칭을 썼다.

횡설수설, 거짓 증언의 반증

"증인은 2018년 4월 16일, 피고인이랑 지용석이랑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피고인이 증인한테 '현 군수를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 밀어달라'는 취지로 말을 한 사실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증인의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봤을 때 '2018년 4월 16일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현 군수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는 진술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언제 그런 진술을 하셨나요?"

"거기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에는 주목적이 사전 사업 진행된 거, 거기에 초점이 있어서 그 날짜에 동반해서 사업 현지를 확인하러 다니고 그 취지를 물어봤었기에, 그때 당시에는 그거에 대해서 제가 진술할 시간이나 뭐 그런 쪽으로 없었습니다, 그때는. 그때 물어보는 목적이 사업에 관련돼서 집중적으로 물어봐서 그 당시에는 시간적이나 그 물어보는 내용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추형오는 상당히 당황한 듯 보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다. 거짓말을 할 때 보이는 일반적 증상이다. 그의 증언을 해석해 보자.

그의 증언은 '당시 경찰 수사관이 사업 부분을 물었기에 그것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들린다. 사실일까? 그는 2018년 11월 5일 경찰 조사에서 "(면장의 군수 지지 발언이) 4월 16일 차 안에서 했던 게 아니냐?"란 수사관 질문에 "아니다. 면사무소 뒤 흡연장이다"라고 했었고, 수사관의 거듭된 질문에도 일관되게 '면사무소 뒤 흡연장'을 언급했었다.

검찰 조사에서 또한 '흡연장'만 언급했지 '4월 16일 차 안'이란 진술은 없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법원에서 검찰의 질문에 '4월 16일 발언'을 추가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갈피 잡기 어려운 추의 거짓 증언

변호인 질문은 집요했다. 4월 16일 행적, 즉 추형오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판사에게 각인시키려는 듯 보였다.

"그러면 4월 16일 차를 타고 운전하던 지용석이 들었다는 것인가요?"

"예, 거기 지용석이 있었고, 운전 중에 저는 뒷좌석에 있어서, 예, 거기서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증인은 4월 16일 차 안에서 피고인이 증인한테 현 군수 지지를 호소했다고 말씀하시는 거죠?"

"16일입니다. 차 안에서"

"증인은 2018년 12월 6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도 '2018년 5월 오전경에 면사무소 건물 뒤편에 있는 흡연장에서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피고인이 다가와 증인에게 사업 진행을 빨리빨리 하고 현 군수님 선거를 도와주면 보직도 챙겨줄 거고, 앞으로도 더 신경 써 주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지금 보면 차 안에서 했다던 이야기와 흡연장에서 했다던 말과 거의 비슷하네요?"

(변호인 질문에 추형오는 한동안 가타부타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차 안 좌석에 대한 그림을 떠올려 보자. 면사무소 차량은 포터 기종이다. 앞 좌석 3인, 뒷좌석 3인. 모두 6명이 탈 수 있는 구조이나 사실 비좁다. 운전자 포함 앞 좌석 2명, 뒷좌석 2명이 타면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4월 16일은 사업 현장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지용석이 운전하는 바로 옆 조수석에 내가 탔었고, 뒷좌석엔 추형오가 앉아 있었다. 내가 지용석에게 바짝 붙어 앉을 이유는 없다. 나와 그 사이에 좌석 하나가 빈 셈이다.

뒷좌석에 앉은 추형오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 백 번 양보해 그 차량 안에서 내가 그에게 군수 지지를 말했다고 하자. 작은 소리로 말했을 텐데 과연 지용석이 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추형오는 지용석이 들었다고 했다. 갑자기 지용석이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한 것도 수상한 일이다.

이 짧은 대화를 9분간 했다?

그 정도면 4월 16일 추형오 진술에 대한 오류를 밝혔다고 판단한 변호인은 '5월 면사무소 뒤 흡연장'으로 질문을 돌렸다.

"증인이 검찰에서 진술하기를 2018년 5월경 상황에 대해 '그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군수 지지 부탁 외에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날짜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그날 시간이 많지 않아서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란 것을 기억하는데 왜 그런가요? 검찰 진술과 달리 경찰에선 그날 면장의 부당한 지시에 항의도 하셨고, 피고인이 답변도 하고 그러면서 군수 지지를 호소했다면 꽤 긴 시간 같은데요?"

"담배 2~3개비 필 시간이었습니다."


추형오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나 볼 법한 증언을 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 '말인지, 막걸린 지' 당최 모르겠다. 검찰에서 그가 진술했던 부분을 들여다보자.

"2018년 5월 오전경에 제가 면사무소 건물 뒤편에 있는 흡연장에서 저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면장이 저에게 다가와서는 저에게 '사업 진행을 빨리빨리 하고 현 군수님 선거를 도와주면 보직도 챙겨줄 거고, 앞으로도 더 신경 써 주겠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상입니다"란 진술에 검찰 수사관은 두 번이나 "그 외 면장이 다른 말은 하지 않았나요?"라고 물었지만, 그는 "그날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 외 다른 이야기는 없었습니다"라고 진술했었다.

보통 남자가 담배를 한 대 피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분 정도다. 추형오 증언처럼 3대를 피웠다면 9분이 걸린다. 이것도 빨리 피웠다고 가정했을 경우다. 과연 위 대화를 하는 데 9분이 걸렸단 말인가!

추의 즉흥적 거짓말은 선수급이다

"증인은 양심선언을 한 이유에 대해 검찰에서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2018년 3월경부터 남성목공예 사업에 대해 수익금 횡령 부분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피고인인 면장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결재권자인 본인은 잘못이 없고, 잘못은 어린 직원에게 있다는 식으로 변명하는 것을 보고 이번 사건에 대해서 자수를 했던 것입니다'라고 진술했습니다. 기억나시죠? 여기서 증인이 말한 어린 직원들은 구체적으로 누구를 말했던 건가요?"

"노 00 주무관과 박 00 주무관입니다."


변호인 질문이 틀렸다. 사전에 변호인과 협의했을 때는 '왜 양심선언 내용이 경찰과 검찰에서 했던 것이 다르냐'였다.

추형오는 양심선언 이유에 대해 경찰에선 '현 군수 당선을 위해 면장이 비정상적으로 사업을 많이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었으나, 검찰에선 '남성목공예' 건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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