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방 이장의 법정진술, 개가 웃을 일이다
황당한 방 이장의 법정진술,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1]
방 이장 증언을 들어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경찰과 검찰 진술 그리고 법원 증언 모두 다르다. 그는 거짓에 거짓을 더해 스스로 헤어나기 힘든 구렁에 몰렸다. 그런데 정작 그는 그걸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방청객들은 알고 있었다
3월 12일. 운명의 날이 밝았다. 증인신문은 오후 2시에 열린다. 사전에 변호인을 만나 다양한 상황을 가정했다. 공판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방청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모두 나를 위해 법원을 찾은 사람들이다.
'맘고생 많으시다', '저 놈들 천벌을 받을 거야', '정의는 진실 편이다'…. 나를 만나자, 모두 한 마디씩 했다. 위로하려 한 말이겠으나 '저놈들!'이라며 분개한 사람은 내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알고 있는 듯했다.
사실 누가 봐도 이 사건은 이상했다. 개략적인 내용을 아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천벌 받을 놈들'이었다.
증언 순서가 정해졌다
50여 미터 전방, 추형오와 방호석 이장이 함께 법정을 향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생각 같아선 '이 개만도 못한 인간들아!'란 욕설이라도 실컷 했으면 속이라도 후련하련만,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들을 똑바로 바라봤다. 행여 눈이라도 마주칠세라 발끝만 내려다보며 들어오는 그들 안면에 홍조가 보였다. 술을 한 잔씩 걸친 모양이다.
"판사님이 입장하십니다. 모두 기립하십시오."
방청객과 변호인, 검사, 법원 직원 모두 한꺼번에 일어났다. 이어 판사 착석을 확인한 다음, 법원 직원은 '모두 앉으라'고 했다. 법원 권위를 지키기 위한 요식행위일까, 아니면 판사 예우를 위한 것일까.
관심 밖이다. 나는 오직 제대로 된 판결을 바라는 간절한 기원뿐이었다. '판사도 사람인지라 개인감정에 따라 판결이 바뀌기도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났다.
판사는 증인이 모두 왔는지 확인했다. 증언 순서도 정했다. 증인들 모두 밖으로 퇴장시킨 후, 차례로 그들이 들어왔다. 타인 증언을 듣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방법 같았다.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사람은 방호석 이장이었다. 증인 선서를 하는 그의 손이 떨렸다. 난 그를 3년간 보았다. 술을 마신 게 분명해 보이는데, 판사나 검사, 변호인은 그걸 모르는 듯했다.
검사 질문, 방 이장 증언
먼저 검사가 질문했다. 변호인이 요청한 증인의 경우는 검사가, 검사 요청 증인은 변호인이 먼저 질문하는 일종의 규칙 같았다.
"증인은 2018년 4월 말경 남성면사무소에 방문했다가 피고인이 담배를 피우러 가자고 하여 피고인과 함께 면사무소 건물 뒤편 흡연장으로 간 사실이 있지요? 당시 피고인이 증인에게 '이번에 현 군수님을 같이 밀어줍시다'라고 말한 사실이 있나요? 그 외에도 피고인은 2018. 6. 13. 지방선거가 있기 전까지 남성면사무소나 증인 차 안에서 4~5차례에 걸쳐 증인에게 '형님, 이번에 꼭 도와주셔야 합니다.'라며 현 군수 지지를 호소한 사실이 있나요?"
공판 검사 질문은 공소 내용을 벗어나지 않았다. 당연하겠지만 방 이장은 검사의 10여 건 질문에 모두 "예"로 답했다. 방 이장 입장에서 보면 검사는 구세주나 다름없다. 자기편을 들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피고 측 변호인 질문은 다르다. 답변에 신중해야 한다. 신문 전 그는 '양심에 따라 보태지 아니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며, 만일 거짓말을 하면 위증 벌을 받기로 맹세한다'라는 선서를 했었다.
검사는 사실 확인을 위해
"증인이 수사 단계에서 조사를 받았던 서류를 제시하겠습니다.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 30쪽을 제시합니다. 증인 명의로 된 진술서인데요. 경찰서에서 증인이 조사를 받았던 사실이 있지요? 그때 증인이 진술한 대로 조서가 작성된 것 다 읽어 보신 후 서명날인 한 것 맞지요?"
란 질문에 방 이장은 "예"로 답했다.
검사가 제시한 경찰서 진술조서 30쪽을 보면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면장이 현 군수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던가요?"란 질문이 있다. 방 이장은 "2018년 4월 말경~ 2018년 6월 13일 선거 전까지 면사무소와 제 차 안에서 4~5차례 부탁을 하였습니다."라고 돼 있다.
위 내용은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방 이장은 남성면 이장협의회장이며 용정리(가칭) 이장이다. 나는 그 마을(방 이장 마을) 현안 협의 등을 위해 그를 가끔 만난 적은 있으나, 2018년 3월 이후, 선거 관련 쓸데없는 오해 소지가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와 만남을 자제해 왔었다.
그로부터 전화가 왔을 땐 수신 거부를 하곤 했다. 전화 통화 명세를 보면 확인된다. 내가 그에게 2018년 5월 이후 전화를 건 횟수는 딱 한 번이다. 2018년 5월 9일 08시 47분, 1분 19초간 통화한 게 전부다. 그는 2018년 6월 13일 선거 전까지 '내가 술을 마시면 그를 불러 관사나 면사무소까지 태워다 달라고 했다'라고 주장했었다. 통화 기록도 없는데, 어떻게 그를 불렀다는 것일까?
그의 진술처럼 '형님'이란 호칭을 쓸 정도면 상당히 친분이 있거나, 수시로 만났거나, 잦은 통화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단 한 차례 통화 기록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어 검사의 "남성면 이장들 사이에 면장이 현 군수 선거 운동을 한다는 소문이 나 있었지요?"라는 질문에 방 이장은 "예"라고 했다.
백치도 이해하지 못할 황당한 방 이장의 법정진술
검사가 질문을 마치자, 변호인 질문이 시작됐다.
"면장은 증인을 비롯한 이장들에게 공직선거법에 대하여 교육을 하는 지위에 있는 자였고, 매달 열리는 이장회의에서 4월과 5월 두 차례 이장들을 대상으로 공직선거법에 대해 교육을 하였는데, 왜 굳이 증인에게만 군수 지지를 호소하였나요? 이유가 있을까요?"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저한테만 얘기한 것 같은데"
"다른 이장들한테는?"
"얘기 안 했던 것 같아요. 저한테만 얘기한 것 같아요. 다른 이장들한테 물어보니까 그런 얘기 안 했다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대체 이게 뭔 말인가! 바로 몇 분 전 검사의 "남성면 이장들 사이에 피고인이 현 군수 후보 선거운동을 한다는 소문이 나 있었지요?"란 질문에 그는 "예"라고 대답했었다. 변호인이 물었다.
"증인은 2018년 9월 9일 경찰 진술에서 피고인이 '회장님, 이번에 현 군수님을 밀어줍시다. 만약에 현 군수님이 당선되지 않으면 나는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합니다.'라고 증인에게 말했다고 진술을 하였고, 이에 증인은 '우리는 서로 자중해야 합니다. D당 유서현 후보자는 제 친구이고 해서 저는 누구 편에 서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 사실이 있지요?"
"예"
"증인은 피고인이 이와 같은 발언을 한 일시가 '2018년 4월 말 10시경 남성면사무소 건물 뒤편 흡연장'이라고 했다가, 이후 2018년 12월 7일, 검찰 전화 통화 조사에서 '2018년 10월 며칠쯤'으로 일시를 번복했습니다. 정확한 일시가 언제인가요?"
"4월 말은 오전이었고, 16일은 아침 10시경이었습니다."
거짓에 거짓, 증언이 꼬이기 시작했다
참 생뚱맞은 증언이다. 방 이장은 2018년 8월 13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타 이장들에 향응 제공)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수사관이 묻지도 않았는데, '4월 말, 면장이 현 군수님을 지지해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었다. 이와 관련해 2018년 9월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그는 "6·13 선거 전인데 2018년 4월 말 10시경 면사무소 뒤편 흡연장에서 그와 같은 말을 한 것입니다"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진술했었다.
방 이장은 경찰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에선 '4월 10일 며칠쯤'으로 진술을 번복했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는) 워딩은 똑같다. 방 이장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검찰은 '4월 10일 며칠쯤'이란 방 이장 진술을 빼 버리고, 기소장에 '4월 말 10시경'으로 특정했다. 검찰은 그의 분명한 진술 번복에도 경찰 조사 내용을 적시했다.
방 이장 증언이 이해되지 않는다. 왜 갑자기 4월 말경과 4월 16일, 두 번이나 '내가 그에게 현 군수 지지를 호소했다'고 증언했을까? 검찰 전화 조사에서 '마치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는 듯' 4월 10일 며칠쯤으로 진술했다가 이날(증인신문) 왜 4월 16일로 확정적 증언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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