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지사장 증언, 그를 법정에 세울 순 없었다
지역신문 지사장 증언,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이 사건은 그들이 조작했다. 지역신문 지사장으로부터 예상했던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울 순 없다. 발뺌을 할 경우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신문 지사장을 만났다
2019년 3월 11일, 평소 친분이 있던 한 지방지 지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과장님, 급히 할 말이 있는데, 읍내 ㅌ음식점으로 지금 나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의 목소리에서 긴박함이 느껴졌다. 나는 뭔지 모를 기대감에 휩싸였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로컬신문은 두 군데다. 모두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사라 그 비중이 크다. 군청을 비롯한 지역 내 각급 기관에서는 중앙지보다 이러한 지방지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지역 뉴스를 세밀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시골에서는 지역신문 지사장을 주요 단체장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들의 영향력은 작은 지역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지역 여론을 좌우하고, 때로는 정치적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는 지사장을 만나러 가기 전, 휴대전화기 녹음기를 켰다. 그의 말에서 혹시라도 결정적 증거가 될지 모를 중요 정보를 들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어떤 정보라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약속한 음식점에 도착하자 지사장이 이미 와 있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요즘 마음고생 많지. 걱정하지 마세요. 다 잘 될 거야!"
그 시기엔 누구나 비슷한 말을 했다. 지사장은 한동안 원론적인 말만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저를 만나자고 하신 핵심이 뭔지 먼저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지사장은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이 사람, 성급하긴.... 사실 오늘 점심시간에 지인과 함께 ㅅ식당에 갔었어. 그 옆자리에 D당 원로와 관계자들 몇 명이 앉아서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워낙 작은 소리로 말하기에 귀담아들을 수밖에 없었지. 그 말이 심상치 않아 당신을 불렀어."
나는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떤 말을 하던가요?"
"과장 당신에 관해 얘기하는데, T라고 알지? 그 사람하고 천승현, 그리고 ㄷ학원장이 군수를 잡기 위해 당신을 이용했다는 거야!"
예상했던 대로였다. 지사장이 말한 T는 선거 기간에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D당 군수후보자 운동을 했던 사람이고, 천승현은 나로부터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된 적이 있던 D당 홍보담당이었다. ㄷ학원장 또한 D당 선거운동원 핵심 멤버였다.
그들이 조작했다
이미 당선된 군수를 어떤 식으로든 내려 앉히고, 보궐선거를 통해 D당 후보자 유서현을 당선시키기 위한 작업이었다. 거기에 나를 끌어들였다는 게 지사장의 말이었다.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이 모두 계획된 것이었다니. 그들은 나를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지금,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지사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들은 당신을 이용해 현 군수의 비리를 폭로하려 했던 것 같아. 그 과정에서 자칫 당신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누구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사실을 그대로 덮어둘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지사장님, 이 이야기를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지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문제야. 나는 내가 들은 것을 당신에게 전달한 것뿐이야. 직접적인 증거는 없어!"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흥분된 목소리로 지사장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증인채택, 물증이 필요하다
"사실 오늘 여차여차한 말을 들었습니다."
변호인은 한동안 내 얘기를 듣기만 했다. 그러고는 신중하게 말했다.
"그걸 증거로 쓰기엔 좀 어렵겠습니다. 일단 물증이 없어요. 지사장을 증인으로 앉혔다가 '과장님 위로해 주려고 거짓말했다'라고 하면 대응할 만한 게 있겠습니까?"
변호인의 말이 맞았다. 열심히 지역신문 지사장 말을 녹음한 것은 무용지물이 됐다. 뭐든 증거로 쓰려면 가시적인 물증이 필요하다. 특히 재판에서는 필수라고 했다.
내 판단만으로 특정인을 증인으로 내세울 순 없다. 검사도 동의해야 하고, 재판장 승인도 필요하다. 그래서 증인 채택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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