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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석의 법정증언, "누군가 시켰다!"

aulir 2024. 10. 12.
지용석의 법정증언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서른 번째 이야기]

운전을 했던 지용석의 증언 중 핵심이 될 만한 말이 있다. '이렇게 말해라, 저렇게 말해라'라고 누군가 시켰다는 증언이다. 누가 그런 지시를 했을까. 그 부분은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이 당황했다

다음 증인은 지용석이었다. 그는 증인 출석을 명한 당일 14시까지 등원하지 않았었다. 잠시였지만, 변호인과 나는 그가 기피를 도모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했었다.

누군가 시켰다. 지용석의 법정증언
누군가 시켰다. 지용석의 법정증언

그에게 관심을 집중한 건 번복 진술 때문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줄곧 2018년 4월 16일 차 안에서 '면장이 추형오 에게 군수 지지를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었으나, 검찰 전화통화 조사에서 느닷없이 '4월 16일 차 안에서 면장이 추형오 에게 군수 지지 발언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었다. 왜 경찰 진술과 다른지, 해명은 없었다. 그냥 진술을 뒤집었을 뿐이었다.

먼저 검사가 지용석 에게 물었다. 검사 입장에서 볼 때 그는 대단히 중요한 증인이다. 검사는 그와 전화통화 조사 기록을 CD에 담아 법원에 제출했었다.

검사는 조심스럽게 '2018년 4월 16일 추형오 와 피고인을 태우고 운전을 한 사실이 있는지', '당시 피고인 지시로 용정리, 사일리 마을 등 6~7개소 공사 현장을 다녔는지', '피고인이 조수석에 앉았었는지' 등을 물었고, 사실 확인이 됐다고 판단한 검사는 핵심 질문으로 들어갔다.

"피고인 지시로 현장에 도착했을 때, 피고인이 추형오에게 이런 말을 한 사실이 있어요? '저거 내가 공사를 시킨 건데 공사비 지급해', 이런 식으로 추형오에게 지시를 한 사실이 있나요?"


검사는 지용석 에게 주변 사실 확인 질문을 통해 "예"를 끌어낸 후, 결정적 질문에서 부인할 경우 "무슨 소리냐, 좀 전에 이러이러한 사실을 들었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식의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였다. 지용석 은 뜻밖의 증언을 했다.

"그거는 제가 확실히 기억을 못 하겠는데요."

검사 표정이 굳어졌다. 그걸 인정해야 다음 질문에서 '면장이 차 안에서 군수 지지를 호소했죠?'라고 물을 참인데, 전제 질문에 지용석은 기억을 못 한다고 한 것이다. 결국, 검사는 본질을 물었다.

"당시 이동하는 차 안에서 피고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나요? '현 군수를 밀어주자, 같은 편이 되자' 이런 말을 했던 사실이 있나요?"


핵심은 이것이다. 지용석 의 '예' 한마디면 '끝이다'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는 차분하게 증언했다.

"그런 사실은 제가 들은 적이 없습니다. 운전에 집중해 제가 뭐 그런 사실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검찰이 당황했다. 증인이 당황하거나 횡설수설하는 사례는 많다. 반대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검사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용석 태도도 당당했다. 앞서 증언한 방 이장이나 추형오의 경우 어리숙한 척, 약자 코스프레를 보였었는데, 지용석은 대조적이었다. 검사와 한판 붙겠다는 자세 같았다. 뭔가 불만이 있지 않고는 볼 수 없는 태도였다.

"그러면 증인은 '피고인이 군수를 밀어주자, 도와주자는 말을 추형오 에게 했다'는 걸 그에게 들은 건가요?"

"그렇게 얘기한 건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럼 증인이 추형오 로부터 피고인과 관련해서 뭘 들었어요? 군수님과 관련된 발언을 피고인이 한 적 있다든지."

"그런 적은 없고요. 둘이 우스갯소리로 '공사를 많이 하셨네' 그러고 말았습니다."

"증인 업무는 공사비 지출과는 관련이 없기에 증인은 당시 차 안에서 이루어진 대화 내용을 전부 기억하진 못하지요?"

"예"

경찰 유도 신문에 넘어갔다

이어진 변호사 신문에서 지용석 은 엄청난 폭로를 했다. 변호인은 검사와 달리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검사 질문에서 사실이 일부 드러났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증인은 2018년 4월 16일, 추형오 와 피고인 두 사람을 차에 태우고 이동하던 중, 피고인이 '현 군수를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 밀어 달라' 란 취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는 거죠?"

"예"

"(경찰 조사 증거 기록을 보여주며) 증인은 2018년 9월 11일 경찰 조사를 받을 때, '현 군수를 이번에 밀어주자는 발언을 피고인이 하는 것을 직접 들은 적은 없고, 추 주사한테서 들은 적은 있습니다.'라는 진술을 하셨어요. 이게 사실인가요? 아니면 그때 잘못 이야기하신 건가요?"

"제가 경찰에 두 번 불려갔습니다. 처음에 불려 가서는 아무것도 몰라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랬습니다. 근데 두 번째 불렀을 때는 수사관분이 저한테 '이런 말을 했지요! 이런 말을 했지요?' 아니 저는 들은 적도 없는데 어떻게 얘기하다 보니까 유도 신문에 넘어간 것 같기도 하고, 제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면 추 주무관한테 들은 적이 없는데도 그냥 그렇게 얼떨결에 유도 신문에 답을 하게 된 거란 말씀이죠?"

"예"


지용석 은 경찰 조사에서 '2018년 4월 16일 차 안에서 (면장의 군수 지지 발언을) 들은 적은 없고, 추 주사와 출퇴근할 때, 그에게서 들었다'란 진술을 했었다. 지금 지용석은 이것마저 경찰 유도 신문에 의해 진술했다는 것이다. 경찰의 교묘한 질문에 그는 '추 주사로부터 출퇴근 차 안에서 들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이어진 변호인의 질문과 지용석의 증언을 보자.

지용석 법정증언이 흔들렸다

"그러면 검찰 조서를 제시하겠습니다. 검찰과 통화(전화통화 조사)를 했었던 적 있지요. 12월 7일입니다. 기억하시나요? 그때 증인이 4월 16일 면장과 추 주무관을 차에 태우고 공사 현장으로 가서 '공사를 많이 하셨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이건 인정하신 거죠?"

"아, 그건 추 주무관하고 저하고 둘이서 얘기한 겁니다, 둘이. 면장님하고 얘기한 게 아니고."


변호인이 이 사실을 확인하고자 했던 건, 검찰이 '차량 운전에 집중해 (면장의 군수 지지 발언을) 잘 못 들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펼 때 반박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지용석은 아예 '면장이 차 안에서 한 발언 자체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왜 검찰 전화 조사에서 엉뚱한 소리를 했는지'에 대해 말해야 한다.

"증인은 검찰 통화 조사에서 4월 16일 면장과 추 주무관을 차에 태우고 다닐 때, 차 안에서 면장이 '추 주무관에게 현 군수를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 밀어달라'고 말하는 것을 운전하면서 들었다고 했어요."

"아닙니다."

"그럼 검찰이 조사를 잘못한 건가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유도 신문에 넘어가서 저도 그걸 듣지 못했어요. 운전에 집중했기에 길이 험해서 그 얘기는 하신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요."

"증인은 그럼 피고인이 현 군수 지지를 호소하는 것을 직접 들은 적도 없고, 추 주무관에게서 들은 적도 없다는 거죠?"

"예."


지용석 진술이 흔들렸다. 본인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는 듯했다.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경우다. 추형오는 거짓이 들통나면 변명을 한답시고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곤 했었다.

다른 하나는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뜻이다. 핵심을 빼고 말하려니 문맥도 맞지 않고 횡설수설하게 된다.

누군가 시켰다

이런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을 검사가 아니었다. 마치 궁지에 몰린 꿩을 향해 발톱을 내리꽂는 참매 같았다.

"증인이 경찰에서 유도 신문을 해서 그렇게 진술한 것 같다고 증언하셨는데, 경찰 단계에서야 그렇게 진술하셨다 하더라도 검찰 단계에서 그때는 시간도 많이 지났고, 최초 경찰 수사를 받았을 때 기준으로 시간도 이미 몇 개월 흐른 상태고, 검찰청에 출석해서 답을 한 게 아니라 검찰청 전화에 답변하신 겁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편하고 긴장감 없는 상태에서 충분히 진술할 수 있었을 것인데, 그때는 검찰 수사관한테 차를 운전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그러니까 면장이, '현 군수를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 밀어달라.' 이런 얘기하는 걸 들었다고 진술하셨거든요. 증인은 지금 검찰 단계에서 얘기하신 게 그럼 거짓말이라는 것인가요? 아니면 지금 법정에서 하시는 게 정확히 진술을 못 하시는 건가요?"


질문이 길었다. 요약하면 '차 안에서 면장이 군수 지지를 말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게 거짓이냐, 아니면 이 법정에서 지금 거짓말을 하는지를 묻고 있다. 대답해야 한다. 자칫 위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검찰이 말하고 있다. 지용석은 뜻밖의 증언을 했다.

"심리적으로 너무 압박을 받았습니다. 선후배 관계이다 보니까, 이런 것도 얘기해라. 저런 것도 얘기해라. 저는 그냥 지시받은 것도 있고 얘기하다 보니까 어떻게 생각이 그렇게 나온 것 같은데"


긴장 탓일까, 지용석 은 무슨 말인지 모를 증언을 했다. 본인은 똑바로 말을 한다고 했겠지만, 말이 되지 않는다. 그의 말뜻은 '같은 지역에 살다 보니 모두 선후배 관계다. 그들이 이렇게 말해라. 저렇게 말해라 하는 것에 심한 압박을 받았다'로 해석된다.

누가 그에게 '이렇게 말해라, 저렇게 말해라'란 지시를 했을까? 먼저 추형오 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다음은 그를 배우로 내세웠다고 생각되는 세력들이다. 지용석은 나이 많은 총각이다. 결혼한 누나 가족과 함께 산다. 매형이란 사람은 D당 당원이다.

검찰로선 마지막 무기 하나는 남겨야 한다. 그래야 이 사건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정리해서 한 번만 물어보자면 결국 증인은 그때 당시에 운전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실제로 피고인이 어떤 말을 했는지 모두 다 기억 못 하는 건 맞지요?"

"예"


검사는 말을 바꿔가며 세 번이나 유사한 질문을 했다.

'어쨌든 기억이 안 나시는 거죠? 어떤 대화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까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이 말씀이시죠?' 그런 식이었다.

검찰이 같은 말을 반복 질문하는 건 판사에게 어필하기 위함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불리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당신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밀어붙이려는 심산이다.

변호인이 질문을 받았다.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예"라는 증언을 끌어냈다.

"증인 말은 이 법정에서 선서했기에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이 말씀이셨죠? 2018년 4월 16일 차를 운전하시느라 집중하셔서 피고인 그러니까, 면장과 추 주무관이 나눈 대화를 기억 못 하시는 게 아니라 면장이 현 군수를 지지해 달라는 말을 한 적이 없기에 '한 적 없다'고 말씀하신 거죠? 그러니까 기억이 안 난다고 말씀을 하신 건 아니셨죠?"


또다시 검사가 바통을 이어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비슷한 질문이 반복되자 판사가 나섰다. 판사는 차종과 당시 도로 상태가 어땠는지, 면장 말이 들렸는지, 차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실제로 오갔는지를 물었다.

지용석 은 "차량이 오래돼 소음도 심하고, 3월에 비가 많이 와서 길이 좀 험했고, 실제로 옆 사람이 뒷사람과 말하는 것은 듣기 어려웠다"라고 증언했다.

판사 질문 의도로 봐 검찰 주장, 즉 '차에서 들었다'는 것은 기각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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