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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부패의 민낯, 뒷돈을 요구하는 공무원

直說(직설) 2024. 9. 13.
공무원 부패의 민낯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열일곱 번째 이야기]

사람들은 공무원이면 다 같은 공무원인 줄 안다. 아니다. 과거에는 편법으로 들어온 사람들도 많았다. 제도가 바뀌어 이들이 모두 정규직이 됐다. 문제는 그들의 역량이다. 추형오(가명)가 대표적 사례다.

업자가 내게 보낸 확인서

추형오가 '선 공사, 후 결재'라고 주장한, '내가 먼저 사업을 진행한 후, 담당자인 그에게 공사 완료 후 알려줬다는, 그렇기에 직권남용이다'라고 그가 나를 고발했던 공사. 그 사업을 추진했던 대표가 내게 확인서를 보냈다.

본인은 소규모 사업을 면사무소 요청으로 추진한 바 있는 ㄱ이란 사람입니다.
간혹 면장이 현장에 본인을 불러 소요 사업비 문의와 추진을 의논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저는 사업 담당자인 추형오 주무관에게 견적서를 가져다주거나, 사업을 해야 할지를 확인한 후에 착공했습니다. 그것은 절차입니다.
최근 전 면장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공사 또한 현장에서 면장이 나를 불렀고, 회계담당자인 추 주무관에게 그 내용을 알려주고 승인 아래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공무원 부패의 민낯
공무원 부패의 민낯

공무원들이 사업 추진을 빨리하는 방법

나는 면장 재직 시 출장이 많았다. 밴드에 올라온 민원이나 전화를 통한 주민들과의 미팅 약속 때문이었다. 원칙대로라면 담당자에게 출장을 지시하면 된다. 한참 지난 후 담당자는 출장을 다녀올 테고(즉각 반응하는 직원들은 거의 없었다), 보고서를 만들어 내게 올리면 며칠이 소요될지 모른다.

내가 현장으로 뛰는 게 빠르다. 출장이 많았던 이유다. 민원인과 현장을 둘러보면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업자를 불러 소요 예산을 묻고, 면사무소 담당자인 추 주무관 또는 총무담당(계장)에게 공사 추진을 지시하곤 했다. 단 하루면 된다. 경찰이나 검찰에선 그게 문제라고 했다. 민원인들은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데 절차대로 하면 일주일도 좋고 한 달도 좋다.

추형오는 술 때문인지 즉각 처리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서류 처리를 미루다 사업이 완공된 후 소급해 맞추다 보니 업자 또한 죽을 맛이라고 했다. 그래 놓고 '면장이 선 공사, 후 결재'를 지시했기에 서류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면장 직권남용 의견으로 검찰로 넘겼다.

뒷돈을 줘야 사업비를 정산했다

2018년 5월 중순 어느 금요일 아침. 총무담당(계장)이 면장실을 찾았었다. 나는 전날 개인사정으로 연가를 냈었기에 '부재 시 업무보고'겠거니 생각했다. 왠지 계장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면장님, 추 주무관을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이 면을 위해서도 그렇고, 그 사람을 위해서도 좋을 듯합니다."
뭔 일이 있었는지 묻자, 총무 담당은 말을 이었다. ㄱ업체 대표가 사무실로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는 것이다. ㄱ대표는 내가 비교적 잘 아는 사람이다. 막무가내로 행정관서에서 큰소리칠 사람이 아니다. 보고를 끝까지 들었다.

"어제 ㄱ대표가 사무실로 찾아와 직원들 모두 보는 앞에서 '추형오 이 XX 어디 갔어?
내가 그 XX한테 돈을 안 줬어, 술을 안 사줬어!'라고 큰소리를 치기에 '왜 그러냐?'고 하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어떤 대가를 제공하지 않으면 사업비 정산을 해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추형오는 업무를 미루어 놓는 스타일이다. 술이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 업자는 공사를 마쳤는데, 그가 서류를 만들지 못해 사업비를 지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론 노골적으로 업자에게 술이나 향응을 받아야 처리하는 행태도 보였다.

그런 사업들에 대해 '내가 그도 모르게 공사를 추진하고 결재를 하도록 했다'고 고발한 사람이 추 주무관이다. ㄱ대표가 사무실에서 난동을 부릴 때 목격한 직원만도 10여 명에 이른다고 했다.

철저하게 확인했어야 했다

총무 담당 보고 이후, ㄱ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어제 제가 좀 술에 취해 실수했노라'고. '어떤 공사 사업비를 받지 못했는지?'에 대한 질문엔 추형오와 이야기가 잘 됐으니 없었던 걸로 해 달라고 했다. 업자 생리다. 문제가 확대되면 면사무소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못할지 모른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너, ㄱ대표에게서 술 얻어 마시고, 돈 받은 거 있냐?"
추형오를 불러 다짜고짜 물었다. '그런 일 없습니다'를 반복했다. '어제 일은 뭐야?'란 물음엔 '지출이 조금 늦은 것 때문에 ㄱ대표가 홧김에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그럴 땐 꼬치꼬치 캐묻는 것보다 모른 척 간단하게 주의를 주는 게 옳다.

공무원이면 다 같은 공무원인 줄 안다. 그렇지 않다. 모두 공개경쟁 채용시험을 통해 들어온 줄 알지만, (과거엔) 인맥을 통해 들어온 이들도 꽤 많았다. 타이핑을 잘해서 들어온 여직원을 비롯해 남자의 경우, 축구를 잘해서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다.

일용직으로 시작한 그들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기능직으로 전환했고, 특채를 통해 일반직으로 둔갑했다. 사실 이들 중 특출한 사람들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수가 함량 미달인 경우가 많았다.

추 주무관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1994년 청원경찰로 들어왔다. 당시엔 청원경찰은 시험을 거치지 않고 뽑았다. 그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일반직으로 전환됐다. 업무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그를 껴안고 가야 했던 계장, 과장들은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심정이라고들 했다. 생각 같아선 잘라버리고 싶었겠지만, 공직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고작 감사부서 통보 정도다.

시골 공직 사회의 그 잘난 인정풍토 때문일까! 고작 훈계 정도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는 걸 그는 너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런 엉성한 제도를 철저하게 이용한 대표적 인간이 추형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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