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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된 검찰 조사 그리고 무력한 진실

aulir 2024. 9. 12.
편향된 검찰 조사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열여섯 번째 이야기]

사실 검찰 조사에 기대를 걸었었다. 결론은 경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검찰은 경찰에서 송치한 조작된 자료가 마치 성서라도 되는 양, 그 바탕에서 조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나를 범법자로 인정해 놓고 시작한 조사에 뭘 기대하란 말인가!

무표정한 검찰 수사관

2018년 12월 5일 오전 9시 50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변호인과 검찰청에 들어섰다.

6평 남짓한 조사실 정면엔 담당 검사가 보였고, 좌측으로 수사관 둘이 앉아있다. 왠지 모를 삭막한 분위기. 결코 경험해 보고 싶지 않은 풍경이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 등 몇 가지 형식적인 질문 후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범죄목록 기재와 같이 총 47회에 걸쳐 군수 활동사항이나 군 정책 추진사항 등을 홍보하는 글을 게시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

차갑고 답답한 인상을 주는 검찰 수사관은 '밴드'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개설 이유, 운영 방법 등의 질문에 이어 세부적인 내용에 들어섰다.

"주민들 화합과 소통 행정을 위해선 죽은 SNS가 되어선 안 된다고 판단해 공지사항이나 미담 사례, 군 정책들을 습관적으로 매일 올리다 보니 3년간 700여 건에 이릅니다. 당연히 군수가 지시했던 내용도 올렸습니다. 주민들이 군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서였으나, 그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검찰 조사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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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작성했던 밴드 글이 문제?

처음 경찰 타깃은 밴드가 아니었다. 방 이장과 추형오는 알 수 없는 거짓 진술을 했고, 그에 따른 압수수색에서 밴드가 튀어나온 것이다.

47건을 말하는 것으로 보아 내가 썼던 700여 건 글 중 47개가 문제가 있다고 본 모양이다. 경찰이 어떤 내용을 추려 검찰로 넘겼는지는 알 수 없다.

검찰 수사관 질문을 들어보니 경찰이 밴드의 어떤 내용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봤는지 알 수 있었다. 모두 선거운동 기간과는 무관한 2016년과 2017년에 작성했던 글들이었다.

문제는 그들이 지적한 것들에 대해 남성면(가칭) 주민 누구도 '오해 소지가 있다.' 내지는 '차기 선거에서 현 군수를 이롭게 하는 행위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관 의식 수준

2018년 7월, 당시 밴드 가입자는 1,700여 명이었다. 남성면 인구는 6,800명.

SNS를 잘 모르는 어르신들과 아이들을 제외하면 대다수 사람이 밴드 회원이래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 정도로 면민들은 지역 밴드에 관심이 많았다. 행정에서 제공하는 유익한 정보를 비롯해 주민들과 행정 간 소통 때문이었다.

검찰 수사관 질문을 듣다 보면 공무원들은 '소통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과거로 회귀해 반상회 같은 것을 통해 주민들에게 공식적인 행정사항만 알리면 된다'는 말투였다.

80, 90년대로 회귀하면 그 말이 맞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정도로 세상은 변했다. 경찰이나 검찰 마인드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 밀착 행정? 수사관은 '그런 게 왜 필요한지' 내게 물었다.

80년대 혹은 90년대 행정 스타일로 나가면 공무원들은 편하다. 책상에 앉아 원칙만 따지고, 법령만 들이밀면 그것처럼 편한 행정은 없다. 밴드를 만들고 SNS 행정을 펼쳐 나가는 것에 대해 직원들에게 말했을 때, 직원들이 반발했던 것도 그 이유다. '가만히 있으면 편한데, 왜 쓸데없이 앞서가냐'는 것이었다.

검찰 조사, 경찰과 다르지 않았다

수사관은 방 이장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에 관해 물었다. 경찰 지능팀장이 한 질문과 거의 같았다.

"2018년 4월 말 10시경, 면사무소 뒤편 공터에서 면 이장 협의회장인 방호석 이장에게 '회장님, 이번에 현 군수님을 같이 밀어줍시다. 만약에 현 군수님이 당선되지 않으면 나는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합니다.'라고 말한 사실이 있지요?"

아니라고 강하게 말했다. 대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왜 여기까지 와서 해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수사관은 같은 내용을 뒤집어서 묻기도 하고 비틀어 질문하기도 했다. 줄기차게 아니라고 하자 그는 짜증 섞인 음성에 악센트를 더했다. 변호인이 옆에 없었다면 책상이라도 쳤으리라.

수사관은 '방 이장 진술에 의하면….'이란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증거도 없고 정황도 뚜렷하지 않다. 오직 방호석 이장 진술에만 의존해 '그 사람 말이 무조건 맞다'는 생각을 굳힌 듯했다.

가만히 듣다 보니 추형오도 그렇고, 방 이장 경찰 진술 또한 일목요연했다.

방 이장은 그렇게 주도면밀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주위 사람들도 다 안다. 면 이장 협의회장을 맡은 것도 그가 특출해서가 아니다.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제도 때문이다. 그는 이장 회의 때, 판단 부족으로 아무것도 아닌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잦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보면 대단히 구체적이고, 마치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검찰에서 이토록 집요하게 묻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의 진술을 바탕으로 한 검찰 수사관 조서 요지는 이렇다.

이 정도면 가히 배우급이다

1. 2018년 4월 말 10시경, 내가 방 이장에게 "회장님, 이번에 현 군수님을 밀어줍시다. 만약에 현 군수님이 당선되지 않으면 나는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했다.

2. 방 이장은 "'우리는 서로 자중해야 합니다. 유 후보는 제 친구이고 해서 저는 누구 편에 서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면장이 '그럼 우리를 도와주는 것으로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중립을 지키겠다는데 그런 소리를 왜 해요. 저는 개입 안 합니다'라고 했더니 면장이 '씩' 웃었다."

3. 방 이장이 낮술에 취한 나를 태우고 관사나 면사무소에 데려다줄 때 "형님, 이번에 꼭 도와주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4월 말부터 6월 13일 선거일 전까지 4~5차례 반복했다.

얼마나 구체적이며 현실적인가! 입장을 바꿔 내가 수사관이래도 믿을 정도로 섬세하다. '씩' 웃었다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림이 그려질 정도다.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다

여기서부터 내 의심은 서서히 범위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방 이장 뒤에 누군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방 이장은 나와 그다지 친한 사람이 아니었다. 퇴근 후 개인적으로 만나 소주 한잔 하는 사이도 아니다. 그런 관계인데 '그토록 중요한 이야기를', '자칫 선거법에 엮여 내 목이 날아갈 수 있는 말을', 그에게 서슴없이 할 수 있었을까?

남성면은 내 고향이라 어렸을 때 같이 자랐던 사람들과는 '형님, 동생'이라 칭해도 외지에서 들어온 방 이장 같은 경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형님'이란 호칭을 쓰지 않았다. 또 그는 내가 형님이라 부를 정도의 인격을 갖춘 사람도 아니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수사관은 그냥 무시하기 일쑤였다.

"매달 열리는 이장회의에서 2차례 이장들을 대상으로 공직선거에 대해 교육을 했던 게 본인입니다. 그 증거로 이장회의 서류를 제출합니다."

만일 내가 이장들을 대상으로 교육했던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그 질문은 고집스럽게 이어졌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 대답이 꼬일 테고, 그걸 꼬투리 잡겠다는 게 검찰 생리 아니겠나!

수사관은 추형오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 역시 새로울 건 없었다. 경찰에서 진술했던 내용 판박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런 물증이나 증거도 없다. 그의 진술만 가지고 다그치기 시작했다.

"피의자는 2018년 5월 중순쯤, 면사무소 건물 뒤편 흡연장에서 총무담당자인 추형오 주무관이 '면장님, 선 공사를 하고 후 결재를 하는 게 어디 있습니까. 왜 나를 힘들게 합니까. 이제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자, 피의자는 '도와줘, 참아, 이번만 넘어가면 돼. 이번 선거에 현 군수가 당선되면 너도 잘 되고 나도 잘 될 거야. 그러니까 한번 해 보자.'라고 군수 후보자로 출마한 현 군수를 지지해 달라는 취지의 선거 운동을 한 사실이 있지요?"

아니라고 했던 말을 또 반복해야 했다. 수사관 질문은 마치 내가 현 군수 당선을 위해 사업을 추진했다는 투였다. 사실 그 시기엔 그런 잡다한 오해가 생길지 몰라 새로운 사업 시행을 하지 않았었다.

검찰 기소 여부를 기다려야 한다

현 군수가 재선 된다고 해도 내가 잘 될 일은 없다. 사무관 진급한 지 3년. 서기관을 달 일도 없다.

정년퇴직까지 길어야 3년. 군청에 들어가길 원치 않았던 시기다. 면장으로 정년을 마치자는 것이 내 작은 소망이기도 했다. 뭔가 변명이라도 해야 했다.

"추 주무관은 알코올 중독 증세가 심한 사람으로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일주일에 3일 정도밖에 출근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심지어 저녁 시간에 술을 마시기 위해서 여직원을 집에 가지 못하게 대기시켜 놓고 밤 10시가 넘어 그의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요구해, 그 여직원이 면장인 제게 해결을 호소하기에 '정식 보고 여부'를 묻자 여직원은 '본청에 정식으로 보고하면 문제가 커지니까, 면장인 제가 추형오를 불러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시켜 달라'는 말을 하기에, 그를 불러 사실 여부 확인 후 '한 번 더 이런 일이 발생하면 본청에 보고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주의를 준 적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그는 제게 악감정을 갖고 거짓 진술을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엔 답이 없었다. 그렇지 않고는 그런 엄청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수사관은 주민 숙원사업비에 대해 물었다. 이 건은 경찰에서 직권남용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조사 후 '면장의 적법한 권한'으로 처리했기에 생략한다.

오전 9시 50분에 시작된 검찰 조사는 오후 5시 55분에 끝났다. 중식시간을 제외하면 7시간 조사를 받은 셈이다.

불기소 처리를 바랐지만, 변호인은 어려울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남은 건 법정에서 저들 거짓을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그게 내가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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