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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변론서 작성, 징역 8월 구형

aulir 2024. 10. 23.
최후 변론서 작성 그리고 징역 8월 구형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서른세 번째 이야기]

최후 변론서를 가식으로 작성했다. '그래야 한다'는 변호인의 의견 때문이었다. 사실 "이 사건은 D당 모략이다. 현 군수를 잡기 위해 나를 대상으로 한 사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방 이장이나 추형오(가명)의 행위가 설명되지 않는다"라고 썼다가 변호인의 만류로 대폭 수정해야 했다.

참으로 어이없는 검찰의 주장

2019년 3월 22일, 검찰은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변호인이 주장했던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밴드에 접근'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의견보다 항변에 가까웠다.

검찰구형 이미지

"피고인은 이 사건 밴드 게시글에 대하여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되어 취득한 것이므로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관련 법리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규정을 위반한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활동이 형벌법규에 저촉되는 경우 ▲형사소송법 효력규정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중대한 위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인정 증거로 삼을 수 없으나, 실체적 진실규명을 통한 정당한 형벌권 실현도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 절차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중요한 목표이자 이념이므로 형식적으로 보아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 역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한 취지에 맞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수사기관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상황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 원칙과 실체적 진실규명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인정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대법원 2007.11.15. 선고 2007도 3061 전원합의체 판결)"


검찰은 2007년 대법원 판결문을 제시했다. 판결문은 사실 일반인들이 한 번 읽어 이해하기란 어렵다. 위 판례의 경우 10개가 넘는 문단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면 쉽게 와닿는다. 법원에서 만연체로 쓰는 이유를 모르겠다. 법조인들의 '그들만의 언어겠거니'라고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다.

그냥 단순 무식하게 이렇게 묻고 싶다. 과연 '경찰이 비공개 밴드에 들어가기 위해 신분과 거주지역을 속이고 접근한 뒤, 이 사건과 무관한 타인들의 게시글까지 열람'하고, '공개밴드'였다고 거짓 주장하는 것이 이 판례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말이다. 검찰 주장은 이어졌다.

검찰은 '이 사안의 경우'란 제목으로 "밴드글에서 피고인은 현 군수 시책을 홍보하는 등 강하게 의심할 만한 사정이 확인되어, 담당 경찰관이 확인하게 된 것이며, 그 결과 상당수 게시물을 확인했다"고 적시했다.

이 검찰 주장은 경찰 접근방법 등에 대한 언급 없이, 결과적으로 문제가 발견됐으니 합당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검찰은 또 "밴드 관리자가 밴드가입 희망자에 대한 실명 여부, 실거주 여부 등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스스로 포기하고 회원가입을 승인해 준 이상, 수사방법 적정성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밴드가입 자체에 대해 그 어떤 불법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밴드는 아직 존재한다. 회원가입 방침과 기조도 같다. 그렇지만 경찰 행위처럼 신분을 위장해 허위로 가입하는 사람은 없다.

증인신문 시 부운영자는 말했었다. '신규가입 신청 시, 남성면 주민인지, 아닌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했다. 거짓으로 신분을 속여 접근한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 관리자의 심사 포기인가? 이런 식의 수사기관 접근은 자칫 사찰로 오인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듯싶다.

이어진 검찰 주장을 보자.

"피고인의 선거운동 행위 등에 대해 상당히 의심되는 상태에서 그 증거보전을 위해 이루어진 것이다(피고인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 접속 후 삭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그 즉시 증거가 인멸된다). 따라서 강제처분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경찰이 밴드에 접근해 게시물을 복제한 것은 2018년 11월이며, 내가 밴드를 탈퇴한 시기는 2018년 7월이었다. 회원이 탈퇴하면 게시물은 그대로 남아 있으나, (탈퇴로 인해 로그인할 수 없으므로) 재접근은 불가능하다. 무슨 수로 증거인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검찰이 작성한 위 문구가 눈에 익었다. 그렇다. 경찰에서 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작성할 때 썼던 문구다. 검찰이 그대로 베껴 쓴 경우다.

나는 이 사건 최종판결 이후 밴드 게시물 삭제가 필요했다. 네이버 측에 자초지종 설명과 실명확인 등 까다로운 절차에 의해 (내가 올렸던)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었다. 경찰이나 검찰 주장처럼 '삭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즉시 증거인멸'은 추측성 궤변이다. 검찰은 이유를 덧붙였으나 '경찰이 신분을 속이고 SNS에 접근한 것이 타당하다'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는 내용이었다.

변호인도 최후 변론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도 추가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장회의 참석 서명부, 참석이장 확인서, 직원회의 시 면장 지시사항 관련 서류다. 즉 직원회의나 이장회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공직선거법 준수교육을 한 당사자가 방 이장과 추형오에게 특정 후보지지를 부탁할 만한 사정이 없다는 증거물이다. 이장들이 작성한 확인서는 이렇다.

"본인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둔 4월 20일(금) 오후 5시, 면사무소 회의실(2층)에서 열린 이장회의에서 당시 면장이 '이장들은 공직선거법상 공무원과 같은 적용을 받기에 이장들이 선거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교육을 받은 바 있습니다."


확인서를 제출한 이장은 전체 19개 리 이장 중 9명뿐이었다. 나머지 10개 리 이장은 왜 동참하지 않았을까? 나와 개인적 사이가 좋지 않아서? 법적인 쪽에 얽히고 싶지 않아서? 면장 교육을 듣지 못해서? 장기출장?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전장에서 '선거가 끝난 후 이장들이 정확히 1/2로 분류됐었다'고 언급한 적 있다. D당 후보와 현 군수를 지지했던 세력으로 나뉜 것이다. 확인서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의 면면을 놓고 보면 모두 D당 후보 지지자들이었다.

이럴진대 이 사건에 D당 또는 그 후보 관계자들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 쓰라고 '합리적 의심'이란 어휘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서'를 제출했다. 요지는

▲방 이장 진술은 그 일시가 번복된다. ▲추형오(가명) 진술 역시 지용석(가명)과 오일수(가명) 진술번복 등을 볼 때 신뢰할 수 없다. ▲업적홍보와 관련, 영장 없이 주민으로 위장해 SNS에 접근한 경찰의 수사방식은 사회적 상당성을 벗어났으며, 증거수집 절차는 위법하다. ▲수사기관의 SNS 접근방법이 적법하다 보더라도 피고인이 면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과 2017년도에 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행정정보 제공이었다. 그러한 목적으로 게시한 글 700여 건 중 20건만 뽑아 특정 후보자 업적을 홍보했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검사구형 징역 8월

3월 29일, 4차 공판이 열렸다. 검사 구형이 있는 날이다. 변호인은 공직선거법 관련 재판이기에 빠르게 진행된다고 했다. 당사자인 내 입장에선 빠른 게 아니다. 경찰수사부터 시작된 5개월은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사무실에 출근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건 당연지사다. 허황된 망상에 잠을 설치는 날이 잦아지자 맨탈은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D당 쪽 사람들이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도 이 시기였다.

이날 검사는 '징역 8개월에 처함이 상당하다'라는 의견을 냈다. 사실 의외였다. 보통 구형은 연 단위로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예를 들어 검찰이 1년을 구형하면 판사가 8개월을 선고하는 것이 일반적인 줄 알았다.

'검찰이 참 어지간히 엮기 힘들었나 보다'란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 무죄는 기대를 넘어 확신으로 치닫고 있었다.

재판장은 내게 최후진술을 하라고 했다. 어쨌든 절차다. 법정에 들어오기 전 '내용이 너무 길다'는 변호인 지적에 따라 줄이고 또 줄였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재판장님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게 된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방 이장이나 추 주무관에게 결코 현 군수님 지지 발언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들이 왜 허위진술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제 억울함을 살펴주셔서 진실을 밝혀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어쨌든 제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 자리에 오게 된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습니다. 퇴직이 2년 남았는데, 남은 기간 군민들에게 봉사하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가식이다. 이렇게 써야 한다는 변호인 주장을 반영한 글이다. 사실 "이 사건은 D당 모략입니다. 현 군수를 잡기 위해 나를 대상으로 한 사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방 이장이나 추형오 행위가 설명되지 않습니다."라고 썼었는데, 변호인이 기겁하는 바람에 '무조건 잘못했다'는 식으로 고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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