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왜곡, 수사기관이 쓴 공소장 속 숨겨진 진실
수사기관이 쓴 공소장 속 숨겨진 진실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스무 번째 이야기]
과거에는 수사기관에서 무고한 사람을 데려다, 막말로 '족쳐' 범인을 만드는 경우도 많았다. 바뀌었다고 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족치는 방법만 달리했을 뿐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것으로 진화했다는 표현이 옳다.
피고인, 내 법적 신분이 바뀌었다
"이번 사건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물증이 없잖아요. 판사들은 특정 사건을 정치적으로 몰고 가는 것을 몹시 싫어합니다."
변호인에게 이번 사건 접근 방법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내가 살아야 한다. 판사 눈치 볼 게 뭐 있냐고 말했지만, 변호인은 이 분야에 있어서는 전문가다. 사전구속영장도 기각시킨 사람도 변호인이다. 어쩔 수 없다. 믿고 따라야 했다.
2018년 12월 7일. 검찰은 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했다. 적용 법조는 공직선거법 위반 제255조 제1항, 제60조, 제255조 제3항 제2호 등 9개에 해당했다. 많기도 하다.
내 법적 신분도 바뀌었다. 피의자에서 피고인이 된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을 범법자로 규정해 유죄를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조금이라도 해당하는 것이 있다 싶으면 관련 법 조항을 다 끌어 붙인다. 그들로서는 공소는 곧 전투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기는 것이 목적이다.
공소장에 '사전 구속영장 청구서'를 첨부한 것도 '범죄자임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검찰 공소사실은 이렇다.
수사기관의 공소장, 차라리 소설을 써라
피고인은 2015년 8월 21일부터 2018년 7월 9일까지 지방 행정사무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남성면장(가칭)으로, 2018년 7월 9일부터 현재까지 군청 관광과장으로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그 지위를 이용하여 소속 직원 등에게 선거운동을 할 수 없으며, 소속 직원 또는 선거구민에게 교육 기타 어떤 이유로도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업적을 홍보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2018년 6월 13일 실시한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군수로 출마한 현 군수를 위해 선거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1. 공무원 선거운동,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방호석 이장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
피고인은 2018년 4월 말 10:00경, 남성면사무소 건물 뒤편 공터에서 이장 겸 남성면 이장협의회장인 방호석에게 "회장님, 이번에 현(現) 군수님을 같이 밀어줍시다. 만약에 군수님이 당선되지 않으면 나는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합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하여 현 군수 지지를 호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무원으로서 현 군수를 위하여 선거운동을 하고, 동시에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하였다.
<추형오를 상대로 한 선거운동>
피고인은 2018년 4월 16일, 남성면 인근에서 추형오, 지용석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을 하던 중, 추형오에게 "현 군수를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 밀어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현 군수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2018년 5월, 위 남성면사무소 건물 뒤편 공터에서 면사무소 총무부서 회계 및 주민숙원사업 담당 공무원인 추형오로부터 주민숙원사업 공사 업무처리와 관련하여 항의를 받자,
그에게 "도와줘, 참아, 요번만 넘기면 돼, 이번 선거에 현 군수가 당선되면 너도 잘되고 나도 잘 될 거야. 그러니까 한번 해 보자."라는 취지로 말을 하여 소속 직원인 그에게 현 군수 지지를 호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무원으로서 현 군수를 위하여 선거운동을 하고, 동시에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하였다.
선거를 위해 밴드를 개설했다?
중요한 것은 경찰에서 비중을 크게 뒀던 '직권남용' 부분은 제외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현 군수가 당선을 위해 선거기간에 많은 주민 숙원사업을 면장에게 지시했으며, 면장이 전면에 나서 실행했다'는 취지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면장 권한 내 업무'로 판단했다.
검찰 공소사실에도 상당수 모순이 존재했다. 먼저 방호석 이장은 경찰 진술을 뒤집어 검찰에서는 '내가 그에게 현 군수 지지를 말했다'던 날짜를 '4월 말'에서 '4월 10일 며칠쯤'으로 바꿨으나 검찰은 경찰 조사 그대로 '4월 말'로 특정했다.
증인이나 참고인들 진술은 상당히 중요하다.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이다. 이처럼 그들 임의대로 판단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두 번째는 추형오의 진술 장소와 날짜다. 그는 단 한 번도 2018년 4월 16일 지용석과 차를 타고 다닐 때, '내가 군수 지지를 호소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2018년 9월 4일 최초 진술에서 '5월경 차를 타고 다니면서 군수 지지를 호소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었고, 2차 진술에서는 '2018년 5월경 면사무소 뒤 흡연장에서….'라는 말을 강조했었다.
그랬음에도 검찰은 '4월 16일과 5월'을 두 시점을 특정했다. 추형오는 검찰 조사에서조차 4월 16일, '내가 군수 지지를 호소했다'는 취지의 진술은 하지 않았었다.
유일하게 지용석이 검찰 전화 조사에서 (검찰이 어떤 식으로 질문을 유도했는지 모르겠으나) 생뚱맞은 진술을 했었다. 작심하고 양심선언했다는 당사자(추형오)도 모르는 일을, 참고인 자격인 지용석 주장만 믿고, 공소사실을 꾸밀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공무원 영향력 행사금지 위반(업적홍보행위)>
피고인은 남성면 주민들을 상대로 군수 후보로 출마하는 현 군수 업적을 홍보하여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마음먹고, 2016년 3월 초순쯤, 불상지에서 네이버 밴드 사이트에 '남성면 사람들'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여, 남성면 주민 1,700여 명을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한 후,
2016년 5월 8일 네이버 밴드에 '어제 군수 주재로 강풍 피해 농가지원대책 긴급회의가 열렸습니다. 전체 피해 규모로 볼 때 중앙이나 도지원 대상이 되지 않기에 군 예비비를 투입해서라도 농가 부담을 덜어 드리자는 것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군수가 회의하는 장면이 촬영된 사진을 게시하였다.
이를 비롯하여 피고인은 그때부터 2017년 12월 31일경까지 별지 범죄 명세표 기재와 같이 총 20회에 걸쳐 현 군수 업적을 홍보하는 글을 게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무원으로서 선거구민에게 군수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 업적을 홍보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였다.
어느 시대 수사방식인지 모를 일이다
위 내용을 보면 밴드를 개설하게 된 경위, 목적, 순기능은 없다. 오로지 부정적인 측면만 나열했다. 1,700명 주민이 가입하도록 유도한 적도 없다. 행정정보 습득 등 주민들 간 소통을 위해 자발적으로 찾은 사람들이다.
회원 1,700명이란 숫자는 2018년 7월경 기준이다. 검찰이 말한 2016년 5월 8일에는 5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들은 마치 내가 현 군수 후보를 위해 위 밴드를 만든 것으로 몰고 갔다.
이 밴드에 내가 게시한 글은 700여 건. 경찰에서는 그중 50건을 추려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은 다시 20건만을 법원에 기소했다. 경찰은 군수라는 단어만 포함된 글이면 무조건 발췌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밴드에 올렸던 글 내용 중 앞뒤 다 빼 버리고 그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추려 기소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수사기관에서 무고한 사람을 데려다 막말로 '족쳐' 범인을 만드는 경우도 많았다. 바뀌었다고 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족치는 방법만 달리했을 뿐이다. 그들에게 유리한 대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것으로 진화했다는 표현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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