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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비리의 실상, 쏟아진 추형오 관련 제보들

直說(직설) 2024. 9. 11.
공직자 비리의 실상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열다섯 번째 이야기]
추형오 관련 제보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건 공직자의 행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정잡배도 이런 짓은 안 한다.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이제라도 감사원의 힘을 빌어 처벌을 요청할 일이다.

정의가 불의를 이길 수 있을까?

구속영장 기각 이후 장기휴가를 신청했다. 공직생활 30년이 넘는 경우, 연가 외 별도 15일 휴가가 주어진다. 대개 퇴직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나 검찰 조사 준비 등 향후 대처가 필요했다.

검찰 신문 날짜가 정해졌다. 거의 매일 변호인과 통화가 이루어졌고, 일주일에 한 번꼴로 변호사 사무실을 들락거렸다. 변호인을 만나고 오는 날이면 늘 희비가 교차하곤 했다. 변호인의 자신감 넘치는 말 한마디에 희망을 품었다가 '이 부분이 어려울 것 같다'란 말에 억장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공직자 비리 관련 이미지
공직자 비리 관련 이미지

불교에서 말하는 '전생에 내가 저들에게 지금 내가 느끼는 만큼의 고통을 안겼구나!'란 생각은 잠깐의 위안일 뿐, 설득력이 약했다. 남의 일이라면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건 내가 처한 현실이다.

변호사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까지 출장 중 발생한 버스비, 전철요금, 음식비 영수증을 모으기 시작했다. 무죄로 판결 나면 모두 청구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만에 하나, 아니 일백만 중 하나라도 내가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내 인생은 처참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30년 공직, 연금과 퇴직금은 소멸된다. 내가 납입한 금액만 겨우 받는다. 퇴직 후 그려왔던 소소한 전원생활도 물 건너간다. 불명예 공직자란 손가락질도 감수하기 어렵다. 가족들은 이해해 준다 치더라도 장래에 태어날 손자 녀석들에겐 뭐라 설명하나,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정의가 불의에 지는 일은 없습니다."

그렇다. 정의가 짓밟혔다면, 이 세상은 진즉 무너졌다.

한밤중 갑자기 잠을 깨는 일이 잦았다. 유죄판결을 받아 감옥에 갇히는 꿈이라도 꾼 날이면 밤을 홀랑 새우곤 했다. 말도 안 된다는 생각 뒤에서 괴기영화 유령처럼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불안감. 애먼 담배만 축내기 시작했다.

공직자 비리의 실상1, 확실한 물증도 무시한 경찰

"어떤 일이 있어도 방 이장이나 추형오와 연락을 하거나 만나서는 안 됩니다!"

변호인은 '당부'란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들을 만나거나 전화를 하면 엮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생각 같아서는, 그들에게 '내가 언제 너희한테 그런 말 했냐'고 따지고 싶었다. 

휴대폰에서 두 사람 전화번호를 지웠다. 어느 날, 술에 고주망태가 된 날, 욱하는 감정에 전화하곤 기억이 안 나는 현상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이런 것도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네요."

추형오의 비리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의 면사무소 담당 업무는 회계였다. 물품 구매를 비롯해 사업비 집행 등을 담당했다. 그의 고등학교 직속 후배라는 사람의 제보 내용은 이랬다.

몇 달 전, 면사무소에서 차량을 새로 샀다. 이 차량 운전자는 지용석 주무관이다. 경찰 조사에서 '추형오와 함께 출퇴근할 때, 그로부터 면장이 군수 지지를 말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던 그 공무원이다. 추형오와 지용석은 새 차에 선팅과 블랙박스를 설치하기로 했다. 지 주무관은 추형오가 지정한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왔다. 비용은 공사를 마친 후 추형오가 지출하기로 했다.

총경비가 357만 원 나왔다. 그러나 그 분야에 종사하는 그 누구에게 물어도 '그 정도 돈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많아야 100만 원 남짓. 그렇다면 나머지 250여만 원은 어디로 갔나?

어느 날 술에 취한 지 주무관은 친구들에게 추형오에 대한 불만을 말하던 중 '나는 그로부터 2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추형오는 지용석에게 업체에 가서 차액(250만 원)을 받아오라고 시켰고, 심부름 명목으로 지용석에게 20만 원만 건네고 나머지는 추형오가 착복했다는 말이다.

그에게 악감정만 남았던 나는 변호인에게 '이 사건을 별건으로 고발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공직자 비리의 실상2, 이어진 추형오 관련 제보

"이 건을 고발한다면, 추형오는 위축될 겁니다. 처벌이 확실시될 경우, 공직유지가 어렵다는 걸 판단한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사실 그대로 말하지 않을까요?"

"고발하고 안 하고는 알아서 하시는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지금 우리는 정황상 경찰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경찰이 그를 보호해야 할 입장입니다. 이걸 고발한다면 과연 경찰에서 제대로 수사를 할까요?"

변호인 말이 들릴 리 없다. 그래도 고발하자고 우겼다. 역시 변호인은 이 방면 전문인이 맞았다. 경찰은 조사했고, 검찰에 '증거 불충분에 따른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지출증빙서를 비롯해 타업체 비교견적서까지 다 첨부했는데 더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하단 말인가!

"제가 계장으로 있을 때, 추형오 근무 태만에 대해 보고한 적이 있었어요."

군청 C계장은 2010년도에 발생했던 일이라고 했다. 추형오의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보다 못한 계장은 면장에게 그의 근무태도를 정식으로 보고했다. 추형오는 아침 일찍 전화로 계장에게 '농업직불금 관련 전산 교육에 참석해야 한다'고 보고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확인 결과 그날 그런 교육은 없었다. 그는 무단결근을 위해 거짓 보고를 한 것이었다.

그런 것들이 평소 그의 행실이었고, 태도였음을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추형오 관련 보고가 상급부서에 전달되지 않고 면장 선에서 종결됐다는 데 있다. 공직사회에선 이런 걸 '인정'이라 말한다. 읍·면 단위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그러니 그의 태도는 바뀔 리 없다.

또 다른 제보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공직자 비리의 실상3, 이 정도면 심각하다

S면사무소에 근무했던 추형오는, 어느 날 만취 상태로 출근해 면사무소 차량을 끌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면사무소 유일한 업무용 차량을 가져간 것이다. 차량이 없으면 업무에 차질이 발생한다. 차량보다 술 취한 그가 걱정된 담당직원은 몇 번 전화 끝에 그와 연결됐다. '급한 일이 있으니 차량을 빨리 가져와야 한다'고 했지만, 그는 저녁나절에야 차량 키를 반납했다.

문제는 그 후였다. 그는 차량 키 반납 후, 어디선가 부엌칼을 가져와 담당직원을 찾았다. 찔러 죽이겠다는 거였다. 화장실에 다녀오던 담당 직원과 맞닥뜨린 그는 칼을 든 채, '너 같은 XX가 있어서 우리 지역 출신 공무원들이 진급을 못 한다.'는 둥 욕설을 퍼부었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다. '너 같은 XX가 있어서 우리 지역 출신 공무원….'란 말이다. 2008년 이전만 해도 그런 이야기가 간간이 들리긴 했다. 외지 출신은 아무리 일을 잘해도 진급심사에선 지역 출신에게 밀린다는 말이다. 

그때도 면전에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세상이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그의 외지 출신 공무원들에 대한 편견이 매우 심했음을 알 수 있다.

제보를 받은 것들을 모두 확인서로 받았다. 판사 앞에 내놓고, '이런 사람 말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으며, 이번 사건에 대한 그의 진술이 참말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를 주장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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