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진술과 편파 수사의 실체
거짓 진술과 편파 수사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네 번째 이야기]
두 사람의 해괴한 진술을 경찰은 그대로 믿었다. 오히려 상기시키려 애썼다. 내 해명에는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은 그렇게 거짓 문건을 만들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로 넘겼다.
경찰, 당신들의 의도가 무엇인가? 적나라하게 밝혀질 것이다. 이것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방 이장의 해괴한 진술
2018년 9월 9일, 방호석(가명) 이장도 경찰서를 찾았다. 추형오(가명)와 달리 자진출석이 아니었다.
2018년 8월 13일,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느닷없이 "면장이 내게 군수를 지지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그의 말에 대한 조사를 위해 경찰이 부른 것이었다.
9월 4일 추형오 진술 이후, 방 이장이 경찰에 출석한 게 아니다. 방 이장이 먼저 본인 혐의 조사 과정에서 나를 언급했고, 이어 추형오가 자진 출두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뭔가 좀 이상했다. 날짜가 짜 맞춘 듯 이어지고, 두 사람의 진술 내용은 매우 흡사했다.
두 사람의 성향을 봐도 수상하다. 방 이장은 D당 군수 후보였던 유서현(가명)의 친구다. 1959년생 또래들이 유서현 후보를 위해 조직한 '으뜸 회(가칭)' 멤버이기도 했다.
추형오는 경찰 진술에서 '공무원 선거 중립' 운운했지만, 술만 취하면 '유서현이 군수가 돼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했던 인물이다. 이 사실은 후일 인근 주민들의 말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경찰 지능팀장이 방 이장에게 물었다.
"지난 8월 13일 진술에서 면장이 '이장님, 이번에 현 군수님을 밀어줍시다. 만약에 현 군수님이 당선되지 않으면 나는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합니다'라고 하여 진술인은 면장에게 '우리는 서로가 자중해야 합니다. 유서현 후보는 제 친구여서 저는 누구 편에 서서 선거 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 사실이 있지요? 당시 면장의 요청을 거절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면장은 어떻게 반응하던가요?"
"'(면장이) 그럼 우리를 도와주는 것으로 알겠습니다'라고 하기에 '나는 중립을 지키겠다는데 그런 소리를 왜 해요? 저는 개입 안 합니다'라고 했더니 면장이 웃고 말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거짓 진술들
방 이장의 진술을 정리해 보자.
「면 이장협의회장인 그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면사무소를 찾았다. 4월 말 10시경, 그날도 면사무소를 방문했다.
그때 면장이 달려와 면사무소 뒤 흡연장으로 담배를 피우러 가자고 해서 따라 나갔다. 당시 면장이 '수사관 질문과 같은 말'을 했으며, 이후 지방 선거일인 6월 13일까지 술에 취한 면장을 관사에 데려다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때 또한 차 안에서 면장은 '형님 이번엔 꼭 도와주셔야 합니다. 형님이 꼭 도와주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4~5차례 했다.」
그의 진술을 아무리 뜯어봐도 이해되지 않았다. 2018년 5월 27일, 나는 그의 특정 행위가 선거법에 어긋나는지를 선관위에 제보한 적이 있었다. 그런 관계였는데, 선거일인 6월 13일까지 여러 차례 현 군수를 지지해 달라고 했다? 금붕어, 개구리, 미꾸라지가 아닌 이상 제보한 대상에게 이와 같은 부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2018년 5월 26일, 방 이장은 으뜸회(D당 유서현 후보 지지 세력 모임)를 자신이 운영하는 방갈로에 유치해 닭볶음탕과 소주를 제공했다. 그 자리에 유서현 후보 부부와 남성면 이장들도 초청했다.
다음 날, 나는 선거관리위원회 선거감시원에게 '이와 같은 사실이 선거법에 저촉되는지' 문의했었다. 방 이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이유였다.
내가 면장으로 재직하던 남성면사무소(가칭)에선 매달 20일 이장회의가 열렸다. 군정 주요 정보 알림과 당부사항 등을 전달하기 위한 회의다. 선거 전인 4월과 5월 이장회의에선 '이장들의 공직선거법 준수'와 '선거와 관련해 이장이 해선 안 될 내용에 대한 특별 당부'도 했었다. 그랬던 내가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방 이장에게 그런 말을 했다? 이해되지 않았다.
남성면은 내 고향이다 보니, 소주 한잔을 해도 선후배 이장들과 하는 경우는 있었다. 면장 처지에선 어쩔 수 없이 주민들 권유에 못 이겨 낮술 한잔할 수도 있다. 도시와 다르게 시골 정서는 그렇다.
나는 사회단체장들이나 이장들에게 책잡히는 걸 몹시 싫어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 고을의 장(우두머리)이라는 일종의 권위의식일지도 모르겠다.
낮술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런 상황이면 직원을 불렀지 이장을 불렀겠나? 그것도 면 이장 협의회장을?
방 이장, 그는 귀신과 담배를 피웠다
방 이장이 말한 '4월 말 10시경'. 내 알리바이가 증명됐다. 4월 30일 읍내에서 군(郡) 주관 장애인의 날 행사가 열렸었다.
방 이장이 그날 면사무소를 방문했던 건 맞는 듯하다. 당일 8시 40분경, 민원담당과 면사무소를 출발해 읍내로 가던 중 그로부터 전화가 왔었으나 받지 않았다. 휴대전화 기록을 보면 확인된다.
당일 10시경 나는 읍내에 있었던 거다. 그는 귀신과 면사무소 뒤에서 담배를 피운 게 아니라면 거짓말이 된다.
나와 대화를 나눴다는 녹음 파일도, CCTV 영상도 없다. 문제는 내가 이 알리바이를 기억해 내는 데 한참 시간이 지난 뒤였다는 것이다. 경찰은 그날 내 알리바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방 이장 말만 믿었다. 수사관이 방 이장에게 물었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면장이 6월 이장회의에서 '두 명을 고발하겠다'고 했다는데 무슨 말인가요?"
"'(면장이) 나는 군청으로 갈 건데, 가기 전에 두 사람을 고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난 그런 기분에 이장 협의회장 직책을 맡고 싶지 않다고 하자, L이장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아마 이장 중 누구를 고발하겠다는 취지였고, 당시 면장은 현 군수를 지지하는데 이장단 중 군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을 고발하여 보복하겠다는 취지로 들렸습니다."
방 이장은 갑자기 L이장을 끌어들였다. L이장은 방 이장과 친구 관계이며, D정당 당원이다.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내가 두 명을 고발하겠다고 했다던 당시 상황을 복기해 보자.
선거가 끝난 이후인 2018년 6월 20일, 이장회의가 열렸다. 이장들은 완전히 두 패(D당과 H당)로 갈라져 있었다. 회의를 진행하면서 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선거처럼 혼탁 양상을 띤 적이 없었다. 특히 면장인 나를 지나칠 정도로 모함한 사람이 있다. 그것에 대해선 법적인 조처를 했다'란 말을 했었다.
방 이장이 말한 '이장 중에서 두 명을 고발하겠다'란 워딩은 없었다.
내가 말했던 '나를 모함한 사람'은 이장이 아니었다. 남성면 주민도 아니었고, 면에서 차량으로 30분여 거리에 떨어진 읍내에 거주하는 어떤 한 사람이었다.
거짓이 탄로 난 방 이장 거짓 진술
내가 이장회의에서 언급했던 그 사람은 군청 홈페이지 게시판과 SNS에 나에 대한 악의적 비방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 또한 D당 후보자 유서현 선거홍보 담당을 맡고 있었다. 그의 행위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었고,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해 놓은 상태였다.
이장회의에서 그 말을 했던 것인데, 방 이장만 잘못 들었던 것일까? 회의에 참석한 다른 이장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그는 고의적인 거짓말을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방 이장이 끌어들인 L이장의 경찰 진술을 보면 명확해진다. 2018년 9월 11일 이루어진 지능팀장 질문과 L이장 진술을 들여다보자.
"6월 이장회의 시, 면장이 '내가 군청으로 갈 건데 가기 전에 2명을 고발하겠다'고 해서 진술인은 화가 나 회의장을 나간 사실이 있지요?"
"그것에 대한 자초지종을 말하겠습니다. (이장회의가 있기 5일 전인) 6월 15일, 총무 이장이 내게 전화를 해서 '이번 이장회의 안건에 방 이장 공직선거법 관련, 이장 협의회장 해임 건이 있더라'라고 하기에 '난 이장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 너희들끼리 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날 내가 방 이장에게 전화해서 '이장들이 너를 해임한다는데 어떻게 할 거냐? 투표로 해임한다고 하는데 좀 그렇지 않냐?'고 했더니 방 이장은 '알았다. 이참에 그만두겠다'고 말하기에, 내가 '이번 이장회의에 나가서 이장들한테 협의회장이 특별히 잘못한 것도 아닌데, 몇몇 이장이 모여 해임 건을 말한 것은 잘못이다'라고 말한 뒤, '난 이런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발언할 테니 너도 뒤따라 나와라'라고 하였습니다."
수사관은 '면장이 두 명을 고발하겠다고 말한 사실 여부'를 물었는데 L이장은 방 이장과의 사전공모를 말했다. 이어진 지능팀장과 L이장 문답 내용이다.
"당시 면장이 '누구를 고발하겠다'고 했나요?"
"글쎄요. 누굴 고발하겠다는 것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경찰의 편파 수사
방 이장과 친구인 L이장조차 '면장의 두 명 고발 건'에 대해 모른다고 했다. 당시 이장회의에 참석했던 다수 이장은 이렇게 진술했다.
「지난 2018년 6월 20일, 면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이장 회의에서 면장은 '이번 선거처럼 시끄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선거기간에 나를 명예훼손한 사람이 있었는데, 고발 조치하겠다'란 발언 후, 5월에 발생했던 방 이장 공직선거법 문제에 따라 '이장협의회장직을 내놓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자 L이장은 '별것도 아닌데 그게 뭐 문제가 되냐'며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갔고, 이어서 면장이 협의회장 관련 문제는 이장들 자체 토의에 맡기겠다고 말한 후 퇴장했다. 이후 방 이장은 이런 상황에서 본인이 협의회장직을 내놓겠다며 퇴장한 사실이 있다.」
방 이장의 거짓이 드러난 부분이다. 수사기관에서 중요시하는 것 중 하나는 진술의 신빙성이다. 지능팀장은 방 이장이 주장한 '면사무소 뒤 흡연장 발언'이나 '이장회의 발언'을 확인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찰, 그들은 방 이장 거짓이 여러 곳에서 드러났음에도 방 이장 진술만 받아들였다. 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