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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인의 진술 번복과 이해할 수 없는 경찰 수사

aulir 2024. 8. 31.
고소인의 진술 번복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경찰 수사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다섯 번째 이야기]

조선 말기 정약용은 천주교 탄압과 관련해 귀양을 가게 됐다. 그곳에서 그는 글만 썼다. 오랫동안 앉아만 있다 보니 무릎 관절이 짓물러졌다. 그러자 일어선 자세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그의 아들이 물었다.

"아버님, 뭐 하시려고 그렇게 글만 쓰시나요?"

정약용이 말했다. "내가 글을 쓰지 않으면 훗날 후손들은 나를 죄인으로 기억할 것이다."

지금 정약용을 죄인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학자 또는 유명 발명가 등으로 기억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추형오 진술 번복

2018년 11월 5일 13시 15분, 추형오(가명)는 또다시 경찰에 출석했다. 두 번째다. 날짜를 따져보니 내가 압수수색을 받았던 날이다. 지능팀장이 추형오에게 물었다.

고소인의 진술 번복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경찰 수사 관련 이미지
고소인의 진술 번복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경찰 수사 관련 이미지

"(진술인 노트를 보니) 2018년 4월 16일, 업무노트에 기재한 내용이 있던데, 이 경위에 대해 말해 보세요."

"네, 2018년 4월 16일 10시경, 면사무소 공무차량을 환경미화원인 지용석(가명)이 운전하고 저와 면장이 차를 타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지난번(9월 4일) 진술 시, 2018년 5월 중순쯤 면장에게 '면장님 선 공사, 후 결재가 어디 있느냐. 왜 나를 힘들게 하냐. 이제 더 이상 못 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지요?"

"네, 맞습니다. 당시 면사무소 뒤 흡연장에서 그와 같이 말했더니 면장이 제게 '도와줘. 이번만 넘기면 돼. 이번에 군수가 재선되면 너도 잘되고 나도 잘될 거야. 그러니까 한번 해 보자'고 하였습니다."

"이후 진술인은 면장에게 '공무원이 왜 선거에 개입합니까. 그럼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우리는 믿는 사람이 있어도 내색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한 사실이 있지요?"

"지난번 진술한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2018년 9월 4일, 그와 같이 진술했습니다. 면장이 어떻게 답변하던가요?"

(추형오는 한숨만 쉬고 대답을 하지 않는다 - 경찰 조서 내용)

"전회 진술한 말이 기억나지 않아서 대답하지 않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당시 면장이 화를 내며 '그럼 때려치워. 너도 적이 될래? xx야. 지금 선거 뻔한데, 너 내 말 안 들으면 평생 읍·면만 돌아다니며 살래'라고 하였습니다."

"그 얘기를 차 안에서 한 것이 아닌가요?"

"아닙니다. 면사무소 흡연장에서 했던 말입니다."

"그 이후에도 면장이 수시로 군수가 재선 되어야 한다고 말하였다는데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그런 말을 하였나요?"

"2018년 5월 초순쯤, 면사무소 사무실에서 수시로 '꼭 올해는 현 군수님이 돼야 한다'는 얘기를 하였습니다. 사실 그런 얘기를 들은 공무원들도 많으나 얘기를 못 하는 거고요."

이해할 수 없는 경찰수사

지능팀장과 추형오의 '질문과 답변'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지능팀장은 추형오의 9월 4일 진술을 지속해서 상기시켜 주려 하는데, 그는 엉뚱한 답변을 하는 모양새다.

양심선언을 한다며 자진해서 수사기관을 찾았다면 당시 상황을 메모했던지,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는 팀장이 '9월 4일 진술 내용'을 계속 상기시켜 주는데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9월 4일, 추형오는 '5월경, 차량에서 면장이 군수를 지지해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었으나 이번 진술에선 '면사무소 뒤 흡연장'이라고 번복했다. 방호석(가명) 이장이 언급했던 곳과 같은 장소다.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던 장소에 대한 기억은 쉽게 잊히거나 왜곡되지 않는다. 특히 그는 양심선언을 했던 사람이다.

지능팀장 태도 또한 석연찮다. 이 사건 핵심이랄 수 있는 '내가 추형오에게 군수 지지를 말했다는 장소'는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거짓 여부도 당연히 따져봐야 한다.

지능팀장 질문 중 "그 이후에도 면장이 수시로 군수가 재선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는데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그런 말을 하였나요?"란 내용이 있다. 9월 4일이나 11월 5일 조사의 추형오 진술엔 '수시로'란 워딩은 없었다. 팀장 질문에 맞춰 추형오는 '면사무소 사무실에서 수시로….'라고 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지능팀장은 추형오가 진술한 "면장이 직원들에게 '올해는 현 군수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는 부분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직원 몇 명 진술을 받아보면 알 수 있다. 2018년 11월 당시, 나는 현직 면장이 아닌 군청 과장이었으니, 진술 못 할 면사무소 직원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그 부분과 관련된 수사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지능팀장이 추형오 진술 중 거짓말 부분을 뺀 흔적이 곳곳에서 노출된다. 고의성 또는 편파적 수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운전자 지용석

2018년 11월 9일, 남성면사무소 지용석(가명)이 경찰에 출석했다. 그는 환경미화원으로 청사 주변 청소나 면사무소 차량을 운전하는 직원이다. 경찰에 나온 이유는, '4월 16일 면장과 지용석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사업현장을 돌아봤다'는 추형오 진술 때문이었다.

그는 지능팀장 질문에 착석 위치를 설명했다. 면장이 조수석에 앉았고, 추형오는 뒷좌석에 앉았었다고 진술했다. 면사무소 차량은 포터 기종 트럭이다. 팀장이 물었다.

"면장이 차 안에서 추형오 주무관에게 '현 군수를 밀어주자'는 발언을 한 사실이 있지요?"

"추 주사님하고 같이 출·퇴근할 때, 추 주사한테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직접 듣지는 못했나요?"

"직접 듣진 못했습니다."

지능팀장 질문에 지용석은 '직접 들은 바 없고, 차를 타고 추형오와 같이 출퇴근할 때 면장이 그런 얘기를 했다더라'고 진술했다.

추형오는 술에 취하면 절제할 줄 몰랐다. 근무시간에 시작된 술이 퇴근 시간 이후까지 이어지다 보니, 동네 후배이기도 한 지용석이 그를 태워다 주곤 했던 모양이다.

지능팀장은 추형오가 최초 진술을 번복하자, 확인을 위해 지용석을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추형오는 두 번째 진술(11월 5일)에서 내가 군수 지지 발언을 했다던 장소를 '차 안'에서 '면사무소 뒤 흡연장'으로 바꿨다. 경찰은 이상하리만치 '차 안 발언'에 집착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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