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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과 배신의 연속

直說(직설) 2024. 9. 21.
거짓말과 배신의 연속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스물한 번째 이야기]

나는 아래 글에 등장하는 오일수(가명), 용정리 동창, 업체 대표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는 방호석 이장이나 추형오만큼이나 추악한 인간들이다. 이후 오일수와 용정리 동창을 상종하지 않는 이유다.

업자 대표, 누구에게 거짓말을 한 것인가

2018년 12월 27일,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같은 해 5월 중순, 면사무소에서 "내가 걔한테(추형오) 술을 안 사줬어, 돈을 안 줬어"라며 난동을 부렸다던 업체 대표였다. 휴대전화기 녹음 버튼부터 눌렀다. 무죄 입증을 위해서라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나는 당시엔 수신된 모든 전화를 녹음했다.

거짓말과 배신의 연속, 이 글에 등장하는 공무원 이미지
거짓말과 배신의 연속, 이 글에 등장하는 공무원 이미지

사건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묻는 그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올해도 내가 일해서 번 돈, 10만 원 한 번, 20만 원 한 번, 두 번 준 게 있거든요. 추형오는 나한테 노골적으로 술값 달라고 하는 그런 놈이에요... 돈 빌려 달라고 해서 빌려주기도 했었어요."

변호인에게 이 녹취를 근거로 추형오를 추가 고발하자고 제의했다. 압박을 가하면 그의 심경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것이 내 판단이었다. 변호인은 "면장님 생각이 그러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 별개 사건이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업체 대표 녹취록까지 제시했음에도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 '불기소 의견'을 넘겨받은 검찰도 같은 의견인 경우가 다반사다.

경찰은 업체 대표의 '면장을 위로해 주기 위해 한 거짓말'이라는 진술을 받아들였다.

업체 대표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생계를 위해 사업을 지속하려면 공무원과 등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피고인인 나보다 추형오에게 서는 게 유리하단 저울질도 했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추형오에게 돈을 줬다'란 말을 할 필요가 있겠냐는 말이다.

추형오는 이 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때, 한 선배 공무원을 찾아가 "나 공무원 잘릴 것 같다"는 말도 했었다.

경찰이 '추형오를 건들면 안 되는 뭔가 있다'는 의심은 꼬리를 물었다.

실마리가 보였다, 오일수의 충격적인 전화

"면장님, 제가 큰 건 하나 했습니다. 이제 걱정하실 필요 없다고요!"

2018년 12월 31일, 이른 시간에 퇴근했다. 부서 송년회다, 모임이다 하는 것들을 일찌감치 정리했었다. 유쾌하지 못한 내가 어떤 모임에 참석하는 건 그 분위기마저 망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저녁 7시경, 오일수(가명)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가 면장으로 있을 당시 그는 각종 사회단체 임원으로 단순히 아는 정도의 사람이었다. 한껏 흥분한 그가 말했다.

"오늘(12월 31일) 면사무소를 찾아가 추 주무관을 만나서 저녁을 같이했어요. 짧은 시간에 소주를 많이 마신 추 주무관이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거짓으로 면장을 고발했다. 이거를 번복하겠다'고 말했어요!"

오일수 말이 끝나기도 전, 나는 빠르게 물었다.

"그럼 걔가 왜 그랬다는 말은 안 하더냐?"

"저쪽 편이란 말을 하려다 멈칫했어요."

저쪽 편이란, 내 추측대로 D당을 말하는 거다. 그들이 배우(추형오, 방호석)를 내세워 공작을 벌였다는 심증이 굳혀지는 순간이었다.

"나를 만나면서부터 번복하려는 마음이 있었나 봐요. 근데 그렇게 되면 면장님이 무고죄로 자기를 엮을까 봐 두렵다는 거지."

"나도 피곤하다. 무고죄? 그 짓 안 한다. 그냥 도대체 왜 그놈이 말도 안 되는 진술을 해서 사람 비참하게 만드는지 그것만 알았으면 좋겠어."

"어쨌든 면장님은 당분간 그냥 가만히 계세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오일수는 추형오의 고등학교 후배다. 서로 비밀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관계로 볼 수 있다.

그가 뭘 알아서 하겠다는 걸까? '내가 추형오를 만나면 상황이 더 악화될 테니, 당분간 모르는 척 있어 달라'는 말이다.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기대감보다 그냥 무덤덤했다.

예상치 못한 전개, 그렇게 상황은 끝났다

이튿날(2019년 1월 1일) 아침 10시, 사무실에 나갔다. 딱히 할 일이 있어 나갔던 건 아니다.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닌 이상, 1월 1일 새해 첫날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은 없다.

집에 있어도 딱히 할 일도 없었다. 사무실 컴퓨터 스위치를 눌렀을 때, 휴대전화기 벨이 울렸다.

용정리(가칭)에 사는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그는 오일수와 막노동판을 함께 다니며 호형호제하는 사이기도 했다. 잔뜩 들떠 있는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조금 전 아침 9시쯤 오일수가 찾아왔었거든. 우리 집에 왔더라고. 그런데 뭐냐 하면, 추형오가 그거 다 뭐 취소하고 싶대.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그게 끝나면 네가 무고죄로 할 수 있다는 거지. 그걸 두려워 한대. 그러니까 일단 우리가 나설 테니까,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술 마시지 말고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오일수와 용정리 동창 이야기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추형오가 어떤 심경변화로 거짓을 뉘우치고 있다. 사실대로 말하려니 내가 무고죄로 걸까 두렵다. 너도 흥분된 상태일 테니 나서지 말고 가만있어라.'

상황은 끝났다. 변호인과 상의했다.

'이미 검찰에서 기소했으니, 지금 우리가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다. 섣불리 나서는 것도 자칫 되치기 당할 수 있다. 기다려보자. 상황이 잘못되면, 오일수를 법정에 세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변호인은 말했다.

오일수의 번복, 충격적인 진실의 반전

하루, 이틀, 사흘...

오일수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 용정리 동창 역시 전화받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순간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예감이 들었다. 어쨌든 오일수를 만나야 했다. 어렵게 그와 만남이 이루어졌다.

"면장님 죄송합니다. 사실 그 말은 추형오 주무관이 했던 게 아니라 제가 만들어 낸 말이었어요."

이게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그는 나를 만나자마자, 그가 내게 했던 말은 '본인이 만들어 낸 거짓'이라고 했다. 말이 되지 않는다. 12월 31일, 그가 먼저 내게 전화했었다. 자기 생각을 말했다는 사람이 다음날 용정리 동창을 찾아가 내게 전했던 똑같은 말은 했다? 오일수가 '추형오 말을 내게 전한 것'이 거짓이 아니라 '그가 만들어 냈다는 말'이 허위다.

이런 상상이 가능했다. '12월 31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오일수와 추형오가 만나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한 그는 후배인 오일수에게 답답했던 심경을 토로했다. 술이 깬 다음 날 추형오는 오일수에게 섣불리 말했음을 깨달았다. '없었던 것으로 해 달라'는 제의를 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고등학교 동문 관계는 끈끈하다.

이건 추론이 아닌 거의 확실한 상황일 수 있다. 그렇지 않고는 오일수 행동이 대단히 부자연스럽다.

변호인과 상의했다.

"예상은 했었습니다. 개의치 말고 증인신문에서 녹취록을 트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전화 통화 녹음한 것을 오일수가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문제 될 건 없으니, 더 이상 오일수를 만날 필요 없습니다."

이후 오일수나 용정리 동창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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