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그를 고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일곱 번째 이야기]
유 씨(가명)가 군수가 되면 내가 옷을 벗어야 한다? 나는 정년이 불과 1년 남짓 남아 있었다. 사무관으로 진급한 지 겨우 3년 된 처지에 서기관 진급을 할 일도 없다. 군청 과장으로 들어가야 고생은 뻔하다.
그런데 그런 말이 왜 만들어졌으며, 누가 그런 허황된 문구를 창조했을까? 답은 D당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천승현 등장 의미
“천승현(가명) 씨를 알고 있지요?”
지능팀장은 갑자기 추형오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아느냐’고 물었다. 천승현은 영상 촬영이나 편집에 능숙한 사람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유서현(가명) 후보 홍보를 담당했었다. 추형오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물이다.
“군청에 근무할 때 얼굴 정도 알고 있던 사람이고, 선거 임박 무렵 제가 농민의 날 행사에 참여했을 때, 지역 여성과 춤춘 것을 사진으로 촬영해 SNS에 올린 적이 있어, 제가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적이 있었고, 이후에도 그는 제가 선거운동을 한다며 군청 홈페이지에 허위사실을 게재하였기에 또다시 고소한 일이 있어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방호석(가명) 이장이 ‘면장이 군청으로 가기 전 두 명을 고발하겠다.’고 했던 말에 ‘사실이 아니다. 선거 기간에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이 있었다.’고 내가 지적했던 인물이 바로 천 씨다. 그는 SNS에 현 군수 비방 글과 D당 후보자 유서현(가명) 옹호 글을 꾸준히 써 왔던 사람이다.
“2018년 5월 25일, 천 씨는 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피의자를 상대로 ‘요즘 공무원 선거개입이 문제지요. 모 후보 쪽 운동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다른 분이 당선되면 자기가 옷을 벗어야 한다고. 그런 구설수가 많으시던데요’라고 게재하여 (피의자는) 천 씨를 상대로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사실이 있지요?”
“네, 맞습니다.”
“다른 분이 군수가 되면 자기 옷 벗어야 한다는 내용은 피의자가 2018년 4월 말경 방 이장에게 한 말과 같은 내용인데, 천 씨가 이와 같은 소문을 듣고 인용한 것은 아닌가요?”
“저는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천승현(가명)과 방 이장이 친분이 있는 사이인가요?”
“제가 알기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D당 유서현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로 알고 있습니다.”
‘D당 유서현 후보가 군수가 되면 내가 옷을 벗는다?’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난 전혀 기억에 없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두 사람이 같은 진술을 할 수 있을까?
천승현과 방 이장, 두 사람이 똑같은 - 유서현이 군수가 되면 난 공무원 옷 벗어야 한다 - 거짓말을 했다면 둘 사이에 모의나 모종의 만남이라도 있었어야 한다. 그런데 방 이장은 1959년생이고, 천승현은 나보다 대여섯 살 아래이니, 방 이장과 천 씨는 친구일 리 없다. 둘은 40여 km 떨어져 산다. 공통점이라곤 찾을 수 없었다.
군청 홈페이지에 등장했던 황당한 글
2018년 5월 25일, 천승현은 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었다. 요지는 이렇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군민 쉼터인 송어섬(가칭)에서 한 고위직 공직자가 근무시간인 대낮에 가족도 아닌 지역 주민인 여성과 브루스를 췄다. 그래서 그 사실을 공개했더니 역으로 명예훼손으로 면장에게 고소당했다. 그 공직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글쓰기 교육도 하는 사람이다.
주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이 주민을 고발하다니, 반성을 모른다. 면을 대표하는 사람이 그래선 안 된다. 그는 모 후보 쪽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고, ‘다른 분이 군수가 되면 자기는 옷 벗어야 한다’는 구설수가 많던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당시 천 씨 글에 대해선 해명이 필요해 보였다. 당사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그대로 믿는 것이 사람들 심리다.
천 씨가 말한 브루스는 사실과 다르다.
[내가 썼던 댓글 내용]
구차한 변명으로 보일지 몰라 댓글을 올리지 않으려 했습니다만, 앞뒤 상황 다 빼버리고 본인에게 유리한 내용만 올리셨기에 댓글 남깁니다.
당시 상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5월 3일, 송어섬에서 농민의 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고생하시는 농민들 위로와 민원을 듣기 위해 읍·면장들이 참여하는 자리입니다.
(낮) 12시가 좀 넘었을 겁니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상황에서 평소 친분이 있는 한 남성 면 주민과 춤을 춘 건 맞습니다. 핑계가 아니고 술에 취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전날 주민자치위원회 종료 후 마셨던 술이, 다음 날 덜 깼기에 더 마실 형편도 못됐습니다.
문제는 귀하께서 그 사진을 찍은 후 1,500명이 넘는 ‘남성면 사람들’ 밴드에 상황 설명도 없이 귀하께서 언급하신 내용을 올렸다는 겁니다.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고 올렸기에 자칫 불륜으로 보일 수 있다고 판단했었습니다. ‘김진석’이란 가명으로 글을 올리셨죠?
그러곤 얼마 후 사진과 글을 내리고 밴드 탈퇴를 하셨습니다. 누군지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우리 면 사람이라면 경고 정도로 끝내려고 했는데, 엉뚱하게 (우리 면이 아닌) 읍에 사는 귀하로 밝혀졌습니다.
밴드에 들어온 목적이 뭡니까! 귀하가 우리 면 주민들이 운영하는 밴드에 들어와 남긴 글은 하나같이 나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글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의도적 혹은 악의적으로 (우리 면 사람들 외에는 들어올 수 없는) 밴드에 접근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어 귀하를 고소했고, 처벌 의사를 강력히 밝혔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남성면 사람들 밴드’는 운영자 승인이 있어야 가입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어떤 절차로 들어오셨는지도 조사 후 밝힐 예정입니다. 복무 위반을 말씀하셨는데, 고소장 제출 시 출장 보고서도 첨부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함부로 말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내용 경위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글을 보시는 주민들이 귀하 말만 믿을 것 같아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정 후보 쪽 선거운동 운운하셨는데,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해명을 해 주셔야 할 겁니다.’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그를 고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위 댓글에서 말한 것처럼, 천 씨는 '남성면 사람들'이라는 네이버 밴드에 '김진석'이라는 가명으로 들어와 있었다. 이 밴드는 남성면 주민들만의 소통 공간으로,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다. 천 씨는 이 사건 이전에도 나에 대한 험담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행위를 해 왔다.
그는 농민의 날 행사 레크리에이션에서 내가 남성면 여성 농민과 함께 춤추는 장면만을 교묘하게 잡아, 마치 둘만 있는 것처럼 사진을 찍어 밴드에 올렸다. 확인 결과, '김진석'이라는 가명을 사용한 사람은 천 씨였다.
후에 나와 춤을 추었던 여성의 남편이 찾아와, "같이 고소를 해야 이 사람 버릇을 고칠 수 있다"는 말에 따라 고소를 결정했다. 이 사건으로 그는 벌금 300만 원가량의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제는 천 씨가 쓴 댓글이 화근이었다. 그가 쓴 게시판 글만 보면 대상자가 누군지 특정되지 않았지만, 내가 쓴 댓글에 그는 실명을 거론했다. 댓글의 요지는 이랬다. "근무시간인 대낮에 지역 주민 소풍 장소에서 술 마시고 여성과 브루스를 추는 게 적절하냐? A 씨는 면장 신분이다. 지금 어느 때인데 ‘레크리에이션’이라고 넘어가려 하느냐. 술에 취하지 않았다는 말을 누가 믿겠냐."
어떤 행사가 있는 날, 특히 평일엔 주민들이 송어섬을 잘 찾지 않는다. 천 씨가 그걸 모를 리 없는데도, 그는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장소’라는 표현을 쓴 억지 글을 올렸다. 그 글에 더 이상 대꾸하지 않음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는 댓글을 통해 내 이름을 명시했다.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가 쓴 '다른 분이 군수가 되면 내가 옷 벗어야 한다'는 내용은 명백한 허위였다.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해 또다시 고소해야 했다. 신분까지 속이며 남성면 주민들이 건전하게 운영하는 SNS에 몰래 들어온 이유도 알아야 했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D당 유서현 후보가 당선되면 내가 옷을 벗는다’는 말이 만들어졌을까? 면장이라는 사람이 미치지 않은 이상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말은 유 후보가 소속된 D당 사람들 입에서만 오르내렸다. 왜 그들은 이 말을 만들었을까?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
유 후보의 측근 중 누군가 이런 말을 했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유 후보가 군청 과장으로 있을 때, 현 남성면장인 A를 기획계장까지 만들어 줬는데, 그가 유 후보를 배신하면 스스로 옷을 벗어야 한다."
추형오 주무관이 수사 기관에서 진술한 것처럼, 공무원은 선거에 개입하면 안 된다. 나는 매월 직원들 월례조회에서 '공무원 선거 중립'을 강조했었다.
지역 내에서 면장의 행동이나 말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헛소문이나 근거 없는 일이 사실인 양 전파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두문불출하기로 했다.
퇴근 후, 일찍 관사로 돌아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시행하는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을 준비했다. 어려운 일이었다. 공부를 손에서 놓은 지 30년 정도 된 터라, 기억하는 것보다 잊어버리는 것이 더 많았다. 각오를 다지기 위해 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응시를 제안했었다. 지원자는 나를 포함해 3명이었고, 2명은 합격했는데, 면장이 떨어진다면 수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5월, 나는 한국사 능력검정 2급을 획득했다. 60대에 가까운 나이에 젊은 직원들을 이기려면 불필요한 만남이나 술은 끊어야 했다.
유서현은 누구인가?
유 후보는 군청에서 도청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인 2014년까지 군청 인사에 깊이 개입했었다. 그는 군 예산도 좌지우지했다. 당시 군수는 3선의 G 씨였다. G 군수를 등에 업은 그는 그야말로 실세였다. 12년 만에 주사(6급)에서 서기관(4급)까지 진급했던 사람이다.
G 군수는 그를 위해 조례를 개정하기도 했다. 당시 일반 지방직 공무원이 6급에서 5급(사무관)으로 진급하는데 12년이 걸렸다고 해도 빠른 상황이었다.
2003년 유 후보가 예산계장이었던 때—당시엔 담당이라고 칭하는 6급을 계장이라 불렀다—그는 같은 부서의 7급 직원이었던 나를 진급시켜 지역개발과 주무계장으로 발령 냈다. 당시 시·군에서는 초임 계장 발령 시 읍·면으로 나가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었다.
초짜 계장을 군청 주무계장으로 발령 낼 정도로 유서현의 힘은 막강했다. 그 일로 인해 직원들 사이에서 나는 유서현파로 분류됐었다.
2011년 5월, 군청 관광과장이었던 유 후보는 나를 직속 주무 계장으로 앉혔다. 이후 꽃보직으로 불리는 군정기획계장으로 인사 조처한 것 또한 그의 작품이었다. 이유는 뻔했다. 그런 식으로 그는 자기 사람들을 만들어 나갔다. 군수가 되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렇기에 그들로선 내가 유 후보 편을 들지 않는 건 배신행위였을 것이다. 선거 기간에 유서현파 공무원 중 어떤 과장은 업자들을 모아 놓고 노골적으로 유 후보를 뽑으라고 말했었고, 또 어떤 과장은 이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주민들에게 유 후보 지지를 말해 달라"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줄도 빽도 없던) A를 그렇게까지 해 줬는데, 유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그 자식은 인간도 아니다"라는 말이 들렸던 것도 그 시기다.
내 태도에 아무런 변화가 없자, 그들은 "유서현이 군수 되면 A는 옷을 벗어야 한다"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현 군수가 연임하든, 유 후보가 군수가 되든 내가 옷을 벗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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