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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의 하룻밤, 전과 5범과 대포폰의 예언

直說(직설) 2024. 9. 8.
유치장의 하룻밤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열세 번째 이야기]

유치장에서 만난 전과 5범과 대포폰은 '판사의 질문에 모두 아니다'라고 했다는 내 말에 90% 구속 가능성을 말했다. 이들은 이 방면의 전문가다.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유치장에서 만난 전과 5범과 대포폰

"어떤 일로 오셨어요?"

경찰서 유치장.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생소한 곳이다.

유치장 이미지

H경찰서 1층 조사실을 지나자 한쪽 구석에 웅장한 철문이 나타났다. 위축감이 들었다.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좌측에 카운터 같은 곳이 보였다. 그곳을 기준으로 타원형 방이 4개 있었다. 구속 여부를 기다리는 피의자들의 대기 공간이다.

방 구조는 단순했다. 거실 겸 방 전면엔 커다란 통유리창이 있고, 흉물스러운 철망이 창을 감쌌다. 카운터에 앉아있는 경찰관이 한눈에 전체를 볼 수 있는 구조. 방마다 1평 남짓한 화장실이 놓여 있었다.

나를 호송했던 지능팀장은 카운터 경찰관에게 서류를 넘겼다. 그것으로 그의 임무는 끝났다.

휴대폰과 소지품 모두 카운터에 반납했다. 대신 죄수복 모양의 트레이닝복과 슬리퍼가 지급됐다.

경찰관이 가운데 방 열쇠를 열자 방 안에 있던 두 사람이 내게 관심 어린 눈길을 보냈다.

한 사람은 대포폰 사기로 들어왔다고 했고, 또 다른 젊은 사람은 3년 형을 마치고 나갔다가 만취 상태에서 폭행한 것으로 인해 다시 들어왔다고 했다. 전과 5범이란 말에 주눅이 들었다. 그들의 관심은 내가 그곳에 오게 된 경위 같았다.

1년 같은 1시간

"판사 앞에서 모두 부인했다고요?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90% 이상 구속을 면하기 힘들겠네요."

전과 5범은 그 분야의 베테랑인 듯했다. 그럴 수 있겠다. 수차례 유치장과 교도소를 드나들었고, 감방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을 테니 말이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나를 몸서리치게 했다.

이렇게 구속되는 건가? 지금 이 공간에 앉아있는 것도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한데, 며칠 아니 몇 달을 이보다 못한 곳에 있어야 한다면, 미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고통일 것이다.

"지금 오후 1시니까, 오늘 저녁 8시까지 석방되지 않으면 내일 구치소로 가게 될 겁니다."

전과 5범과 대포폰의 심성은 착해 보였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 내 심정을 헤아리기라도 한 양 고급정보(?)를 알려줬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생각도 정리되지 않았다. 딸아이가 아침에 했던 '아빠 저녁에 만나'란 말을 지킬 수 있을까? 아내는 지금 내 상황을 알고 있을까? 앞으로 난 어떻게 되는 걸까?

아무 소득도 없는 생각은 뒤죽박죽 뒤엉켜 꼬리를 물었다.

익숙해서일까, 아니면 조급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체득했을까, 전과 5범과 대포폰은 한낮인데 코를 곯았다.

카운터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경찰관은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속도나 리듬이 불규칙한 것으로 미루어 게임이나 인터넷 서핑을 하는 듯했다. 그도 무료할 것이다. 하는 일이라곤 철창 안 피의자들을 감시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혹시 저에게 어떤 연락 같은 거 온 거 없나요?"

"그런 거 여기선 몰라요!"

이틀은 지난 듯한데, 철창 밖 벽시계 바늘은 오후 3시를 가리켰다. 이곳에 들어온 지 채 두 시간도 되지 않았다. 카운터 경찰관은 귀찮다는 듯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 말라는 경고다.

"만일 당신과 함께 왔던 수사관이 다시 오면 불구속으로 나가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내일 아침에 구치소로 가는 겁니다."

잠을 자고 있던 전과 5범이 말했다. 내 질문에 잠이 깼다는 듯 '조용히 해 달라' 엄포 같았다.

가끔 유치장 출입문이 열리면 신경은 온통 그곳에 집중됐다. 행여 석방이란 소식을 들고 찾아온 사람들 일지 모른다는 기대감이었다.

석방인 줄 알았다

"나오세요!"

그렇게 세 시간가량 더 지났을 무렵, 유치장 당직자인 듯한 경찰관이 나를 호출했다. '풀려나는가 보다'란 생각으로 철창을 나섰을 때, '면회입니다'란 한마디. 맥이 빠져 주저앉을 뻔했다.

난데없이 웬 면회? 그래도 모른다. 혹시 면회 온 사람이 한 가닥 희소식을 가져왔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시는 거예요?"

관광과 주무담당 양 계장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돼 찾아왔다고 했다. 내가 묻고 싶었는데, 그는 나보다 더 모르는 듯했다.

면회실 안쪽 옆에선 경찰관이 무언가 계속 적고 있었다. 우리 대화를 기록하는 것이 그의 임무인 듯했다.

오늘 저녁 8시까지 석방되지 않으면 구속이 불가피할 것 같다는 말과 내 걱정하지 말고 직원들 동요하지 않게 잘 다독여 달라고 말했던 것 같다.

짧은 면회는 그렇게 끝나고 다시 철창으로 돌아왔다.

저녁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힘이 나서 일까, 전과 5범과 대포폰의 코 고는 소리는 더 커졌다. 안방처럼 느껴지는 익숙함인 듯했다.

난 지금 악몽 한가운데 있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넘었다. 아무런 소식이 없다. 빠르면 오후 3시, 그것도 아니면 저녁 8시까지 풀려나지 않으면 100% 구속이라던 전과 5범의 말이 떠올랐다.

난 비중 있는 정치범도 아니다. 지금까지 풀려나지 않는 건 구속이 명확하다는 거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나. 공직선거법 위반은 뭐고, 사전구속 영장은 또 무엇이며, 유치장에 갇힌 건 또 뭐냐!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난 지금도 꿈을 꾸고 있다. 긴 악몽 한가운데 있다. 조금 있으면 꿈에서 깨어난다.'

내가 할 수 있는 위안은 그것뿐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마법을 걸어야 했다. 그래야 살 것 같았다.

꿈이 아니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

'우린 모두 배움을 위해 이 세상에 왔다. 공무원이란 직업을 택한 것도 내 영혼의 결정이었고, 무난할 줄 알았던 인생이 누군가의 모함으로 이토록 무참히 깨진 것도 내가 결정했던 일인지 모른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내 영성은 더욱 성숙해지리라.'

정말 그런 건가? 내가 결정한 일이니 수긍하고 넘어가야 하는 건가? 그렇다고 치자. 그럼 이 상황을 타개하는 설계도 만들어 놓지 않았으리란 법도 없다. 계속 이어지는 상념. 스스로 위안을 위한 무의식의 발동이었다.

양 계장, 미안하다

"석방입니다. 나오세요."

새벽 1시 조금 넘은 시각. 잠깐 벽에 기댄 채 잠이 들었었나 보다. 당직자인 경찰관이 속삭이듯 말했다.

잘못 들었나? 그를 쳐다보자 문을 열며 나오란 눈치를 보냈다. 옷들과 양말을 주섬주섬 몸에 끼워 넣었다. 휴대폰과 시계, 소지품도 챙겼다.

밖으로 나왔다. 초겨울 새벽공기가 몹시 찼다. 몸이 겨울비 맞은 개 떨듯 떨렸다. 긴장이 풀린 탓일 게다.

"과장님, 고생 많으셨어요!"

어둠 속에서 누군가 불쑥 나타났다. 양 계장이다. 면회를 마친 후 석방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밤새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눈물이 났다. 신세 한탄이 아니었다. 양 계장의 갸륵한 마음 때문이었다.

"석방할 거면 빨리할 일이지, 과장님이 무슨 유명 정치인도 아니고, 새벽 1시가 뭐예요!"

그의 말이 맞다. 뉴스에서 보면 정치 거물들이나 유명인들은 꼭 새벽에 풀려났다.

그들 기준으로 볼 때, 난 시시한 잡범 정도일 텐데 새벽에 풀어준 이유를 모르겠다.

"이제 변호사와 같이 검찰 조사에 대비해야 할 것 같아. 남은 연가 모두 써야 할 것 같으니까, 네가 주무계장이니까 직원들 잘 좀 챙겨라. 군수님께는 내가 별도로 보고 드릴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게 돼 있어요. 사무실 걱정하지 마시고 철저하게 대응하셔야 해요. 제가 힘이 되어 드릴 수 있는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기특했다. 공직생활 중 양 계장을 두 번 만났다. 한 번은 계장과 직원, 다른 한 번은 과장과 계장 사이로 만났다.

난 단 한 번도 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

새벽 3시 좀 넘은 시각, 집에 도착했다. 그때까지 기다렸던 아내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내가 법원으로 출발한 이후부터 그 시각까지 기도를 했단다. 딸아이에겐 '일찍 오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출발하기 전 '아빠, 저녁에 만나!'란 말에 '그러자'고 했던 것에 대한 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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