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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전 실질 심사의 딜레마, 차라리 구속되기로 했다

直說(직설) 2024. 9. 7.
구속 전 실질 심사의 딜레마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열두 번째 이야기]

구속 전 실질 심사를 받기 전, 변호인은 두 종류의 서류를 내게 보여주었다. 하나는 저들의 거짓 주장을 인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두 부인하는 것이었다. 변호인은 전자의 경우 구속은 면하지만, 후자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구속되겠다고 말했다.

회색빛 새벽

2018년 11월 26일.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아니, 잠을 못 잤다는 게 맞다. 마치 먼 여행이라도 가듯 새벽 4시에 일어나 샤워 후 양복을 갈아입었다. 정장 차림으로 판사 앞에 서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을 수 있다는 변호인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구속 전 실질 심사에 앞서 젊은 여성 변호인과 삼당했다
구속 전 실질 심사에 앞서 젊은 여성 변호인과 삼당했다

11월 새벽 5시, 어둠이 짙다. 마치 꿈속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느 날 갑자기 압수수색을 당하고 구속될지 모를 운명에 놓인단 말인가! 가끔 꾸었던 그런 악몽이다. 잠시 후면 짠하고 그 꿈에서 깰 것이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워."
다용도실에 있던 아내가 말을 건네지 않았다면 그냥 꿈속 환상에 있었을 것이다.

'아침 커피는 독이라니까, 뭐 좋다고 그걸 맨날 마셔! 담배는 언제 끊을 건데? 같이 사는 사람도 생각해야지.'
아내는 그렇게 말해야 한다. 그런데 이 꼭두새벽에 커피를 타 주고 담배를 피우고 오란다. 마치 지금 그런 배려를 하지 않으면 스스로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어떤 예감에 한 말 같았다.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 11월 하순 새벽 날씨. 어둠에 싸여서일까, 그다지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한 차례 눈이라도 내릴 날씨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다면 난 체포됐을 테고, 수갑을 찬 채 법원으로 향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으려 했지만, 자꾸 고개를 들었다. 아직도 상황이 정리되지 않는다. 그들이 거짓을 말했기에 아니라고 했었다. 모든 걸 다 부인했다고 구속영장이 발부돼야 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구속 전 실질 심사, 차라리 구속되기로 했다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내용을 난 잘 모른다. 변호인에겐 통지됐을 것 같았다. 그래야 최소한 방어권 보장은 됐을 테니. 이젠 매달릴 곳이라곤 변호인밖에 없다.

"우리도 힘듭니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대략 200여 건 정도 고소 고발이 접수되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무 말 없이 법원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 지능팀장이 말했다. 선거가 끝난 후 군수 당선에 실패한 D당 후보 유서현(가명) 측에서 고소 또는 고발한 건수를 말한 거다. 그럴 만도 하겠다. 전국적으로 파랑옷만 입으면 모두 당선되는 상황이었는데, 본인만 떨어졌으니 발악이라도 해야 하지 않았겠는가!

"잠시 상의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차량이 법원 앞에 서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변호인이 지능팀장에게 말했다.

법정 옆 조그만 사무실. 가운데 탁자를 두고 변호인과 마주 앉았다.

"참 말도 안 되는 일인데요. 오늘 내가 구속될 수도 있습니까?"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진즉 변호인을 선임했다면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을 수도 있었겠는데, 사실 변호를 해야 할 자료가 충분치 않은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판사에게 제출할 두 가지 안을 만들어 가져왔는데, 솔직히 말씀하셔야 합니다. 하나는 경찰에서 작성한 사전구속영장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걸 부인하는 내용입니다. 인정할 경우 구속은 면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그러니까 그들이 말한 거짓이 맞다고 말하면 구속을 면하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면 구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세상에 이런 모순도 있단 말인가! 변호인도 나를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떻게 두 사람이 비슷한 증언을 할 수 있으며, 특별한 감정도 없는데 하급자가 상급자를 거짓으로 고발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구속영장 청구 내용을) 인정했을 경우, 앞으로 있을 검찰 조사에서도 저들 진술이 맞는다고 해야 한다는 건가요?"

"그렇죠."

"생각해 보세요. 어떻게 하지도 않은 걸 했다고 합니까! 차라리 구속되는 걸로 하겠습니다."

변호인은 '2번째 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유치장으로 향했다

"아닙니다. 저는 맹세코 그런 말 한 적도 없습니다. 저들이 모두 꾸며낸 말입니다!"
법정엔 판사 한 명과 나를 호송했던 지능팀장, 변호인과 나, 법원 기록서기 한 사람, 5명이 앉았다. 젊은 판사가 질문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모두 아니라고 했던 것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익숙지 않은 상황, 판사 질문을 모두 부인하다 보니 사전 구속영장 심사는 빨리 끝났다.

"유치장에서 기다리다 보면 구속인지 불구속인지 결정될 겁니다."
변호인 말을 뒤로하고 다시 경찰 호송차에 올랐다. 유치장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유치장은 시(市) 또는 비교적 큰 군(郡) 단위 경찰서에 있다. 차량은 법원 인근 H군 경찰서로 향했다. 구속 전 영장실질 심사 후, 구속 여부를 기다리는 곳, 유치장이 있는 곳이다.

'구속'일 경우, 유치장에서 구치소로 이송된 후 조사를 받게 된다. 반대인 '불구속'으로 결정되면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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