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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선거 개입 허위 고발

aulir 2024. 8. 31.
공무원 선거 개입 허위 고발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여섯 번째 이야기]

술을 사든, 향응을 제공해야 공사대금을 지출한 공무원이 있다. 업자는 정당하게 사업을 추진했는데,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업자 입장에선 따라야 했을 것이다. 그래야 그 지역에서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런 공직자의 진술이 맞는지 내게 물었다. 당연히 '아니'라고 했다. 모든 게 조작이었다.

면장이 이장 위에 군림?

2018년 11월 13일 아침, 나는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로 향했다. 추형오(가명)와 방 이장의 거짓에 해명만 하면 간단히 정리될 것 같았다. 대체 그들이 뭘 위해, 무슨 근거로 나를 고소했는지 알고 싶었다.

공무원 선거 개입 허위 고발 관련 이미지
공무원 선거 개입 허위 고발 관련 이미지

경찰서 지능팀장은 형식적 신문 절차 설명에 이어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 행사 여부를 물었다. 도리어 '내가 뭘 했다고 변호사를 선임하냐?'고 묻고 싶었다.

그는 내게 이름, 주소, 가족관계, 군 경력, 종교, 최종학력, 직업, 월수입, 주거 형태를 물었다. 대체 이 사건과 이런 질문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지능팀은 6.13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 군수 후보자로 출마했던 현 군수와 D당 유서현(가명) 후보에 대해 말해 보라고 했다.

"현 군수는 민선 6기 군수로 2014년 7월 1일부터 현재까지 군수님으로 재직하는 분이고, 군수님과 저는 26년간 군청에서 같이 근무한 관계입니다. 유 후보 또한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직장 상관이었던 분입니다."

두 후보 모두 공직자 출신이다. 내 공무원 생활 중 현 군수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건, 2003년 지역개발과장과 계장으로, 군수 당선 이후 군수와 직원 관계다. 유 후보는 예산 부서 계장과 직원으로 만났었으며, 관광과에선 과장과 주무 계장 사이였다. 같은 부서 근무 기간만 따진다면 나와 유 후보가 더 길다고 볼 수 있다.

팀장은 이장과 면장 관계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유는 면장이 이장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갑 입장이 아니냐는 의도로 보였다.

공무원 중 읍·면 근무를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들은 안다. 이장들이 면장실을 찾아와 큰소리치는 경우는 있어도 면장이 이장들을 거스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게 되면 바로 군수에게 전달되고 이유와 상관없이 피해는 고스란히 면장에게 돌아온다.

행정에서 주민들에게 알려야 할 내용 전달 역할을 이장들이 하다 보니, 그들을 수틀리게 해선 안 된다. 그게 면장과 이장 관계다.

공무원 선거개입에 대한 지능팀장의 어이없는 질문

팀장은 "내가 술을 마시고 방 이장에게 관사나 면사무소에 데려다 달란 요청을 한 적이 있었는지?" 물었다.

"아무리 친하다 해도 술에 취해 이장에게 그런 부탁할 일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방 이장이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알 수 없으니 팀장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대충 탐색을 마쳤다고 판단했는지 본격적인 질문에 나섰다.

"피의자는 2018년 4월 말 10시경, 면사무소에 용무가 있어 찾아온 방 이장을 발견하고 담배를 피우러 가자고 제의한 후, 면사무소 뒤편 흡연장에서 방 이장에게 '회장님, 이번에 현 군수님을 같이 밀어줍시다. 만약에 현 군수님이 당선되지 않으면 나는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합니다'라고 말한 사실이 있지요? 그 말에 방 이장은 '우리는 서로 자중해야 합니다. 유 후보는 제 친구이고 해서 저는 누구 편에 서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변한 사실이 있지요?"

팀장은 마치 현장을 보기라도 한 듯이 물었다.

'이거였구나!'

내가 압수수색을 당한 궁금증이 하나는 풀린 셈이었다.

"방호석 이장님은 면 이장 협의회장입니다. 저는 방 이장님을 밖으로 모시고 나가 얘기한 사실이 없습니다. 모셨으면 면장실로 모셨겠지요. 더구나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습니다!"

단호하게 말했다. 이장 협의회장은 사회단체장 중 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직원들이 이용하는 지저분한 면사무소 뒤 흡연장으로 모셨겠는가? 아울러 현 군수가 당선되지 않으면 내가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할 이유 또한 없다. 무슨 근거로 군수가 재선 되지 못하면 내가 옷을 벗어야 하나?

이해할 수 없는 추의 허위 고발

방 이장은 경찰 조사에서 유서현(가명) 후보와 친구 사이라고 했지만, 같은 또래 모임인 으뜸회(가칭) 구성원일 뿐, 엄밀히 따지면 방 이장과 유 후보는 친구 사이는 아니다. 유 후보는 방 이장이 사는 마을에서 30여 km 떨어진 읍내에 산다. 유 후보는 지역 토박이지만, 방 이장은 충청도에서 이사 온 사람이다.

방 이장은 행정과 밀접한 관계 유지를 통한 소규모 마을사업 확보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다. 4년간 현 군수를 우려먹었으니 새로운 인물을 군수로 만들어 또다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시골엔 의외로 많다. 방 이장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팀장은 추형오에 관해 물었다.

"2018년 5월 중순쯤, 남성면사무소(가칭) 흡연장에서 총무담당자 추형오는 피의자에게 '면장님 선 공사, 후 결재가 어딨느냐. 왜 나를 힘들게 하냐. 이제 더 이상 못 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지요?"

"그런 사실 없습니다."

"추형오 말을 듣고 피의자는 '도와줘. 이번만 넘어가면 돼. 이번에 현 군수가 되면 너도 잘 되고 나도 잘 될 거야. 그러니까 한번 해 보자'고 말한 사실이 있지요?"

"아니요.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추 주무관이 '공무원이 왜 선거에 개입합니까. 우리는 믿는 사람이 있어도 내색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한 사실이 있지요?"

"아니요. 전혀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또한, 추형오 말을 듣고 피의자는 그에게 '그럼 때려치워. 너도 적이 될래? xx야. 지금 선거 뻔한데, 너 내 말 안 들으면 평생 읍·면만 돌아다니며 살래'라고 말한 사실이 있지요?"

"그런 사실 없습니다. 제가 면장으로 있으면서 직원들에게 욕을 한 사실도 별로 없고 욕도 잘 못 합니다."

"또한, 피의자는 2018년 5월 초순쯤, 남성면사무소 내에서 수시로 추형오에게 '꼭 올해 현 군수님이 되어야 한다. 현 군수를 도와 달라'고 말한 사실이 있지요?"

"아니요. 그런 사실 없습니다. 그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교육 차원에서 (면장실로) 불러 말을 한 사실은 있어도 그와 같은 얘기를 한 적은 없습니다."

피의자란 호칭이 몹시 생소했다. 엮어도 참 허술하게 엮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사실 없다'란 것밖에 달리 할 말도 없었다.

공무원이어선 안 될 사람

추형오는 공무원 부적격자였다. 군청 공무원 사이에선 유명 인사가 된 지 오래다. 술만 마시면 늘 말썽을 일으키곤 했다.

어떤 민원인은 내게 '감사원에 그를 제보하려다 면장 얼굴 봐 참았다.'란 말을 하기도 했었다. 소규모 사업과 회계를 담당했던 추형오는 면사무소 어떤 여직원에게 출장여비를 지급하지 않아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2018년 4월, 한 여직원이 면장 면담을 요청했다. 추형오가 술에 취한 어느 날, 그녀를 밤 10시까지 사무실에서 기다리게 해 놓고, 30여 km 떨어진 그의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두 번 그러다 말겠지 하고 들어줬다고 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너무 힘들다고 느낀 여직원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퇴근해 버렸다. 이후 그는 노골적으로 그 여직원 여비나 노인들 인건비 지출을 승인하지 않더란다. 남성면에서 추형오가 사는 읍내까지 차량으로 40여 분 걸리는 산길이다.

여직원에게 '군수에게 보고해 처벌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으나, 그를 불러 주의만 줘 달라는 말에 그에게 훈계를 줬던 일도 있었다.

인근 부대 사단장에게 큰 실수를 저지른 사건도 있었다. 하필 내가 관외 출장 중일 때 사고가 터졌다.

유달리 지역에 관심이 많았던 사단장은 면에서 추진하는 겨울 축제장을 찾았았다. 주민과 직원 노고 격려 차원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술에 취한 추형오가 나타나 사단장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더란다. 이유를 물어보니 '장군이 부대를 지키지 않고 축제장 나온 것'을 인터넷에 올리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축제 성공은 때론 군 장병들 참여가 크게 좌우한다. 민과 군의 화합에도 이바지하는 것이 지역 축제다. 부대장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이튿날 사단장에게 몇 번이고 사과해야 했다.

그런 형편없는 직원에게 내가 선거운동을 했다고?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술을 사야 공사대금을 준다?

지능팀장이 내게 물었다.

"피의자와 추 주무관 간에 개인감정이 있나요? 또한, 그가 거짓진술로 일관하며 피의자가 처벌을 받게 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추형오와 관련된 사건 중 왜 이 일이 떠올랐었는지 모르겠다.

"2018년 4월경, 건설업자 한 사람이 면사무소를 찾아와 '내가 추형오에게 술을 사 주지 않으니, 공사대금을 주지 않는다.'며 난리를 쳤다는 보고를 받고, 제가 그를 불러 'A건설 업자로부터 돈 받은 것 있냐?'고 질책한 사실이 있었고, 술을 마시고 출근을 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싫은 소리를 한 적 있었는데 이에 대해 앙심을 품고 저를 상대로 거짓 진술을 한 거 같습니다."

그것 외엔 달리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직장 내에선 누구나 크고 작은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것으로 인해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지를 사람이 있을까?

방 이장과 추형오의 진술 유사성, 일정한 간격을 둔 등장.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보면 배후에 '특정 인물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게 확신으로 이어지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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