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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밴드, SNS를 활용한 주민 소통 행정에 대한 경찰 시선

直說(직설) 2024. 9. 3.
네이버 밴드, SNS를 활용한 주민 소통 행정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여덟 번째 이야기]

공무원들이 SNS를 사용하면 안 되는가? 순기능이 대단히 크다. 과거에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이장회의를 통해 행정사항 등을 전파했다. 주민들이 정보를 습득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남성면 사람들’이라는 네이버 밴드를 만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현 군수를 홍보하기 위한 의도로 간주하였다.

네이버 밴드를 개설한 이유

“‘남성면 사람들(가칭)’이라는 밴드는 피의자가 개설한 것인가요? 운영자 또한 피의자인가요?”

“‘남성면 사람들’이라는 밴드에 대한 아이디어는 내가 냈지만, 면장이 직접 운영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 같아 J라는 여성을 운영자로 하고 나는 부운영자로 되어 있습니다.”

“부운영자도 밴드 회원에 대해 가입, 탈퇴, 기타 권한이 있나요?”

“부운영자에게 특별한 권한은 없습니다. 운영 방향 등을 운영자와 토의하는 것 외에는 달리 권한이 없습니다.”

네이버 밴드를 이용한 SNS행정 이미지
네이버 밴드를 이용한 SNS행정 이미지


지능팀장이 왜 밴드에 대해 물었을까? 압수 내용 중 밴드 운영자와 휴대폰 메시지로 의견을 교환한 것을 본 듯했다. 네이버 밴드를 만들게 된 배경과 목적은 이렇다.

나는 2015년 8월 20일, 남성면장(가칭)으로 발령받았다. 공교롭게도 고향 면으로 발령이 났다. 그렇기에 부담도 컸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 행정을 제1 목표로 정했다.

기존 면 행정은 주민들에게 알릴 사항이 있을 때, 매달 20일에 열리는 이장회의를 통해 주민들에게 전파했다. 행정정보 습득이 늦거나 모르는 경우가 다수인 이유였다. 민원인들은 불편 사항이 있을 때 이장에게 말하고, 이장은 이를 면사무소 담당자에게 전달한다.

문제는 어떤 주민과 이장이 갈등 관계에 놓였을 경우다. 이장에 의해 무시되는 일도 많았다. 이장이 주민 대표 자격으로 민원을 접수하면, 마을 담당 공무원이 현장 출장을 나가고, 보고서 작성과 면장 결재 순으로 민원처리가 진행된다. 이런 식으로 행정이 이루어지다 보니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공무원들은 이 시스템을 선호한다. 민원이 들어오면 이장 동의를 받아오라고 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었을 때 책임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네이버 밴드의 효과

내가 면장으로 있던 남성면(가칭)은 수도권과 인접한 지역으로 귀농·귀촌인들이 유독 많았다. 그들과 원주민 사이의 갈등이나 마찰도 빈번했다. 그런 문제들을 SNS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 밴드를 만들게 된 동기였다.

2016년 2월 어느 날, 당시 남성초등학교(가칭) 학부모회장이던 J 씨를 어느 치킨집에서 만났다. 행정과 주민들 간의 친밀성, 신속 행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페이스북보다 비교적 이용률이 높은 네이버 밴드를 활용하기로 했다.

밴드 이름을 ‘남성면 사람들’로 정했다. 그 지역 사람들만을 위한 행정정보 제공과 주민들 간의 소통을 목적으로 했다. 밴드가 귀농·귀촌인들과 토속민들 간의 갈등 해소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원을 밴드에 올리면 즉시 해결할 수 있는 구조. 신속한 민원 처리에 대한 기대도 컸다. ‘강아지를 잃어버렸다.’, ‘밤새 폭우가 내려 집 앞 다리가 넘쳤다.’, ‘미끄럼 방지를 위한 염화칼슘을 지원해 달라’, ‘옆집 할머니 생활이 어렵다.’, ‘풀을 깎아 달라’, ‘수혈이 필요한데 헌혈증을 모아 달라’ 등 다양한 민원성 글이 빗발쳤다. 한 지인은 밴드 행정에 대해 ‘면장 스스로 무덤을 판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밴드를 통해 접수된 민원을 들고 밤낮 가리지 않고 현장에 나갔다. 매우 급한 상황에서는 그 자리에서 업체를 불러 지시하다 보니, 민원 처리 기간이 1/10로 단축되는 효과가 있었다. 이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던 사람들은 이장들과 남성면사무소 직원들이었다.

이장들은 주민들의 요구 사항이 그들을 통해 면사무소에 전달되거나 결정되던 지위가 무너졌다는 생각 때문에 ‘면장이 이장질까지 다 해 먹어라’는 노골적인 비난을 하기도 했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면장의 밴드 가입 지시’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왜 법령이나 지침에도 없는 쓸데없는 짓을 해 힘들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밴드에 가입하지 않는 게 뒤처진다고 생각한 면민들은 앞다투어 참여하기 시작했다. 2018년 6월 기준, 남성면 인구 6,800명 중 1,700여 명이 밴드 회원으로 가입했다. 노인이나 아이들을 제외하면 90% 가까운 참여 비율이다.

밴드 활성화를 위해 매일 습관처럼 올리는 행정정보와 미담 사례, 지역 소식 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3년여 기간 동안 내가 밴드에 올린 글은 무려 700여 건에 이르렀다.

네이버 밴드로 인한 지역 주민 간의 소통이나 행정정보 제공은 타 읍·면 주민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군수에게 ‘남성면장을 우리 면으로 보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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