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에게 거친 말을 한 그 사람도 관세음보살이었습니다

염불·기도 ·

새 책 『관세음보살은 버스 정류장에도 계신다』의 프롤로그를 운세쉼터 독자 여러분께 먼저 전해 드립니다. 날마다 마주치는 평범한 얼굴 속에서 관세음보살을 알아보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오늘 하루를 돌아봅니다

오늘 하루를 가만히 돌아봅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서 저녁에 돌아오기까지, 우리는 참 많은 얼굴을 만납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함께 버스를 기다린 사람, 시장에서 채소를 판 상인, 은행 창구의 직원, 병원 대기실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어르신. 그리고 집에 돌아와 마주 앉은 식구들까지요.

그 가운데 유난히 마음에 남은 얼굴이 하나 있지는 않으신가요. 나에게 거친 말을 한 그 사람 말입니다. 장터에서 들은 반말 한마디일 수도 있고, 창구에서 들은 퉁명스러운 대꾸일 수도 있습니다. 버스에서 들은 기사의 꾸중일 수도 있고, 식탁 맞은편에서 들은 배우자의 차가운 한마디일 수도 있지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을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섰다가, 집에 오는 내내 그 말을 곱씹었을 것입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때 받아쳤어야 할 말을 혼자 이리저리 지어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습니다. 거친 말 한마디가 하루를 통째로 흔들어 놓는 날 말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 나에게 거친 말을 한 그 사람. 그 사람이 사실은 관세음보살이었다면 어떨까요.

그 사람도 관세음보살이었다면

처음 들으면 고개를 갸웃하실 것입니다. 나를 화나게 한 사람이 어떻게 관세음보살이냐고요. 관세음보살은 자비로운 얼굴로 연꽃 위에 앉아 계신 분인데, 장터에서 반말을 하던 그 상인이 어떻게 관세음보살이냐고요.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 뜻이 보입니다. 누군가의 거친 말에 내 마음이 상했다면, 나는 그 말이 얼마나 아픈지 몸으로 배운 것입니다. 머리로만 알던 것을 가슴으로 알게 된 것이지요. 그 사람은 “너는 남에게 그렇게 하지 마라”를 온몸으로 보여 준 셈입니다. 옛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반면교사(反面敎師)라고 불렀습니다. 거꾸로 가르쳐 주는 스승이라는 뜻입니다.

듣는 내가 언짢았다면, 그 언짢음이 바로 가르침입니다. “너는 그렇게 하지 마라.”

그리고 그 가르침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내가 들어서 아팠던 그 말을,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하지 않았던가. 이 물음 앞에 서면 많은 것이 달리 보입니다. 장터의 반말에 화가 났던 내가, 식당 직원에게 “여기 물 좀 줘” 하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핀잔에 서러웠던 내가, 자식에게 “그것도 몰라?” 하던 사람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거친 말을 한 그 사람은 결국 내 모습을 비추어 주는 거울이었습니다.

물론 거친 얼굴로만 오시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이웃, 말없이 이야기를 들어 주는 친구, 비 오는 날 우산을 기울여 주는 낯선 학생도 있습니다. 그분들은 “너도 이렇게 살아라”를 보여 주는 관세음보살입니다. 거친 사람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따뜻한 사람은 해야 할 것을 보여 줍니다. 얼굴은 다르지만 둘 다 나를 깨우러 온 분들입니다.

관세음보살은 버스 정류장에도 계십니다

관세음보살은 ‘세상의 소리를 살피는 분’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보살입니다. 『법화경』은 관세음보살이 서른세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 중생을 건진다고 전합니다. 그 가운데 많은 수가 부자, 관리, 살림하는 부인, 어린아이 같은 평범한 사람의 얼굴입니다. 관세음보살은 늘 절 법당에만 계신 분이 아닙니다. 우리가 날마다 오가는 길 위에, 우리가 날마다 마주치는 얼굴 속에 계십니다.

이 책의 제목을 ‘관세음보살은 버스 정류장에도 계신다’라고 지은 것도 그래서입니다. 버스 정류장은 우리 삶에서 가장 평범한 자리입니다. 누구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누구나 그곳에서 낯선 사람과 나란히 섭니다. 새치기를 하는 사람도,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도, 짐을 들어 주는 사람도 그곳에 있습니다. 관세음보살은 그렇게 평범한 자리에 평범한 얼굴로 와 계십니다. 다만 우리가 알아보지 못할 뿐입니다.

알아본 사람과 지나친 사람

천삼백여 년 전 신라에 두 큰스님이 있었습니다. 의상대사와 원효대사입니다. 『삼국유사』는 두 분이 동해 낙산 바닷가로 관세음보살을 찾아간 이야기를 나란히 전합니다.

의상대사는 간절한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닦으며 기다린 끝에 관세음보살의 참모습을 만났습니다. 원효대사는 그 길 위에서 관세음보살을 마주치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쳤습니다. 들판에서 벼를 베던 여인, 다리 밑에서 빨래하던 여인이 바로 관세음보살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우리 역사에서 손꼽히는 지혜로운 스님조차 평범한 얼굴로 오신 관세음보살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이 두 이야기가 이 책 전체를 꿰는 줄기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의상대사가 될 수도 있고, 원효대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나에게 거친 말을 한 그 사람 앞에서, 나는 어느 쪽이었을까요. 그냥 화를 내고 지나쳤을까요, 아니면 그 사람이 보여 준 것을 알아보았을까요. 두 스님의 이야기는 1부에서 자세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이 책이 걸어갈 길

이 책은 여섯 부, 서른세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부에서는 관세음보살이 어떤 분인지, 그리고 의상대사와 원효대사가 낙산에서 겪은 일을 살펴봅니다. 2부에서는 반말, 핀잔, 험담, 잔소리처럼 말로 오는 관세음보살을 만납니다. 3부에서는 새치기, 경적, 약속을 어기는 일처럼 행동으로 오는 관세음보살을 만납니다.

4부에서는 배우자, 자식, 며느리와 사위, 손주, 형제, 병상의 부모님처럼 가족 안에서 오는 관세음보살을 만납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가 가장 오래 남기에, 이 대목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5부에서는 식당 직원, 키오스크 앞의 젊은이, 병원 대기실의 고함, 민원 창구, 버스 기사처럼 낯선 얼굴로 오는 관세음보살을 만납니다. 그리고 6부에서는 먼저 인사하는 이웃, 말없이 들어 준 친구, 우산을 씌워 준 학생처럼 따뜻한 얼굴로 오는 관세음보살을 만납니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열일곱 살 고등학생부터 여든 넘은 할머니까지 나이도 처지도 다양합니다. 시니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자식과 손주들이 날마다 겪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33장에서는 거울 앞에 섭니다. 서른두 장 동안 만난 얼굴들을 지나, 이제 거울 속의 나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알아보는 눈을 날마다 닦는 길로,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를 매일 독송하는 법을 안내합니다.

이 책을 읽는 법

4장부터 32장까지 각 장은 같은 흐름으로 짜여 있습니다. 먼저 일상에서 일어난 한 장면을 보여 드립니다. 그다음 그 장면에서 내 마음에 일어난 화와 서운함을 들여다봅니다. 이어서 그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보여 주었는지, 나는 언제 그렇게 했는지를 관세음보살의 눈으로 다시 봅니다. 그리고 경전과 설화 한 자락을 읽고, 내일 해 볼 작은 실천 하나를 권해 드립니다. 마지막에는 마음에 새길 한 줄을 남겼습니다.

하루에 한 장씩 천천히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읽고 나서 그 장의 실천을 하루 동안 해 보시면 더 좋습니다.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면, 그 일과 닮은 장을 먼저 펼쳐 보셔도 좋습니다.

불교 신자가 아닌 분도 편하게 읽으실 수 있도록 어려운 불교 용어는 쉬운 말로 풀었습니다. 관세음보살이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신다면, ‘나를 깨우러 온 사람’이라고 바꾸어 읽으셔도 좋습니다.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하나입니다. 오늘 만난 모든 얼굴이 나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러 왔다는 것,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얼굴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다가 거친 말을 들은 날이 떠오르면, 속으로 한 번 불러 보십시오. “관세음보살. 오늘 또 하나 배웁니다.” 이 짧은 한마디가 화를 가르침으로 바꾸는 첫걸음이 됩니다. 이 책의 모든 장은 결국 이 한마디로 돌아옵니다.

다시, 그 사람을 떠올리며

이제 책장을 넘기기 전에, 오늘 나에게 거친 말을 한 그 사람의 얼굴을 한 번 더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아까는 밉기만 하던 그 얼굴이 조금은 달리 보이시나요. 그 사람에게도 그 나름의 고단한 하루가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내가 오늘 누군가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미리 보여 주고 간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은 오늘 당신에게 온 관세음보살이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시장 골목에서, 식탁 맞은편에서 말입니다. 이제 그 관세음보살들을 만나러 함께 길을 나서 보겠습니다.

오늘 나에게 거친 말을 한 그 사람,
그 사람도 관세음보살이었습니다.

『관세음보살은 버스 정류장에도 계신다』 만나 보기

이 글은 책의 프롤로그입니다. 책에서는 이어서 의상대사와 원효대사가 낙산에서 겪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반말과 핀잔처럼 말로 오는 관세음보살, 새치기와 약속을 어기는 일처럼 행동으로 오는 관세음보살, 배우자와 자식과 병상의 부모님처럼 가족 안에서 오는 관세음보살을 차례로 만납니다. 식당과 병원과 민원 창구에서 만나는 낯선 얼굴, 우산을 씌워 준 학생 같은 따뜻한 얼굴까지 서른세 장에 담았습니다. 장마다 내일 해 볼 작은 실천 하나와 마음에 새길 한 줄이 있어, 하루 한 장씩 곁에 두고 읽기 좋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안내하는 다라니 독송은 공지천에서 두 시간,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 400번에서 미리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관세음보살 염불에 대해서는 염불이란 무엇일까요?를 함께 읽어 보세요. 거친 말을 들은 날, 그 사람에게서 무엇을 배웠는지 게시판에 함께 나눠 주세요. 다른 이야기는 불교이야기 목록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게시판 · 염불 체험 나눔 염불과 기도에서 얻은 가피와 마음 이야기를 함께 나눠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