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천에서 두 시간,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 400번

염불·기도 ·

어제는 지인과 약속이 있어 춘천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약속 장소 근처에 도착해 휴대폰을 다시 들여다보니, 제가 시간을 착각했던 것입니다. 무려 두 시간이나 일찍 나와 버린 것이었습니다.

노트북이나 읽을 책이라도 챙겨 왔다면 가까운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따라 손에 든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두 시간을 멍하니 앉아 있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살아온 환경 탓인지 성격 탓인지, 오래 앉아 있으면 자꾸 주인의 눈치가 보여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공지천 산책길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 두 시간이 이렇게 특별한 시간이 될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공지천 벤치에서 떠올린 다라니

공지천은 춘천 시내를 지나 의암호로 흘러드는 물줄기입니다. 물가를 따라 산책길이 잘 나 있어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로 늘 한가롭습니다.

빈 벤치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흐르는 냇물을 바라보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동안 틈날 때마다 외워 오던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가 떠올랐습니다. ‘그래, 이 시간을 다라니와 함께 보내 보자.’

조용히 눈을 내려 공지천을 바라보며 소리 내어 다라니를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가까이 지나갈 때면 소리를 낮춰 속삭이듯 이어 갔습니다.

휴대폰의 숫자 세기(카운터) 앱을 켜 두고, 한 번 외울 때마다 화면을 한 번씩 눌렀습니다.

두 시간이 짧게 느껴진 까닭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약속 시간이 다 되어 있었습니다. 앱의 숫자를 확인하니 400번이 넘었습니다.

숫자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지루함이 조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카페에서 시계를 들여다보며 보냈다면 길고 답답했을 시간이, 다라니와 함께하니 고요하고 충만한 시간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까닭은 단순했습니다. 다라니를 외우는 동안에는 마음이 한곳에 머뭅니다. ‘언제 약속 시간이 되나’, ‘괜히 일찍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이름모를 새 소리에 내 목소리가 겹치고, 숨이 고르게 되면서 몸도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았습니다. 약속 장소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뜻하지 않게 시간이 비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병원 대기실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잠이 오지 않는 밤에 한번 해 보시기 바랍니다. 휴대폰 하나면 숫자도 셀 수 있고, 따로 준비할 것도 없습니다.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란?

다라니(陀羅尼)는 부처님과 보살의 가르침과 힘을 짧은 말에 담아 그대로 외우는 주문입니다. 뜻을 풀어 읽기보다 소리 그대로 외우기 때문에 ‘진언’이라고도 부릅니다.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는 관세음보살의 크고 자비로운 마음을 담은 다라니입니다. 『불정심관세음보살대다라니경』(줄여서 『불정심다라니경』)에 실려 있으며, 예로부터 집안의 평안과 재앙을 막기를 바라는 많은 불자가 꾸준히 외워 왔습니다.

관세음보살은 ‘세상의 소리를 살피는 보살’이라는 이름처럼, 괴로워하는 이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와 돕는 자비의 보살입니다. 그래서 이 다라니를 외우는 것은 관세음보살께 온 마음으로 의지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 전문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제가 외우는 다라니 전문을 소개합니다. 한 줄씩 천천히, 또박또박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나모라다나다랴 야야 나막아리야
바로기제새바라야 모지사다바야 마하사다바야
마하가로니가야 다냐타 아바다 아바다 바리바제 인혜혜
다냐타 살바다라니 만다라야 인혜혜
바리마수다 못다야 옴 살바작수가야 다라니
인지라야 다냐타 바로기제 새바라야
살바도따 오하야미 사바하.

처음에는 종이나 휴대폰 화면을 보며 읽다가, 여러 번 되풀이하다 보면 어느새 입에 붙어 저절로 외워집니다. 절이나 책마다 글자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다니시는 절에서 쓰는 것을 따르셔도 좋습니다.

다라니를 외울 때 도움이 되는 방법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의 효험

불가에서는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를 꾸준히 외우면 다음과 같은 공덕과 가피가 있다고 전해 옵니다.

  1. 지은 업장이 맑아집니다. 오랫동안 쌓인 허물과 마음의 때가 씻겨 나간다고 합니다.
  2. 재앙과 어려움을 막아 줍니다. 뜻밖의 사고나 집안의 우환을 피하고, 하는 일이 평안해진다고 전합니다.
  3. 나쁜 기운을 물리칩니다. 두려움과 악몽, 삿된 기운이 가까이 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4. 몸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근심이 줄고 마음이 차분해져, 병을 이겨 낼 힘을 얻는다고 전합니다.
  5. 아기를 순산하도록 돕습니다. 예로부터 출산을 앞둔 집에서 산모의 평안을 빌며 많이 외웠습니다.
  6. 바라는 일이 이루어집니다. 정성껏 외우면 관세음보살의 가피로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7. 삶을 마칠 때 좋은 곳에 태어납니다. 꾸준히 지니면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이 평온하고, 좋은 곳에 태어난다고 전합니다.

이러한 효험은 오랜 세월 불자들 사이에 전해 내려온 믿음입니다. 제가 공지천에서 느낀 것처럼, 다라니를 외우는 동안 마음이 고요해지고 걱정이 가라앉는 것은 누구나 바로 느낄 수 있는 첫 번째 가피일 것입니다. 다만 몸이 아플 때는 다라니와 함께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으시고, 기도는 그 길을 마음으로 든든히 받쳐 주는 힘으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마무리

약속 시간을 착각한 작은 실수가 저에게는 다라니 400번이라는 선물이 되었습니다. 비어 있는 시간은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공지천 냇물 앞에서 다시 배웠습니다. 여러분도 뜻밖에 시간이 비는 날,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와 함께 그 시간을 고요하게 채워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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