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이트의 핵심 내용이자 수행법인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 지난 글들에서 이 다라니의 원문과 독송법, 그리고 실제로 이 다라니를 지녔던 스님의 삶까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다라니가 처음 실려 전해지는 경전 자체는 아직 제대로 소개해드리지 못했습니다.
바로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경(佛頂心觀世音菩薩姥陀羅尼經)》입니다. 상권·중권·하권 세 권으로 이루어진 이 경전은, 관세음보살께서 어떤 마음으로 이 다라니를 설하셨는지, 이 다라니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도움이 된다고 전해지는지, 그리고 실제로 이 다라니의 가피를 입었다는 옛이야기들까지 두루 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경전을 세 권으로 나누어, 어려운 한문투 표현은 최대한 풀어가며 그 핵심 내용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1. 상권 — 관세음보살, 왜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를 설하셨나
경전은 관세음보살이 석가모니 부처님 앞에서 스스로의 원력을 밝히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관세음보살은 아득한 과거로부터 마음에 허물을 짓지 않고 온갖 선행을 닦아온 끝에, 헤아릴 수 없는 복덕과 지혜를 성취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복덕을 자신만을 위해 쓰지 않고,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돕겠다는 큰 자비심을 일으켰다고 밝힙니다.
이어서 관세음보살은 부처님께 이렇게 청합니다. 괴로움받는 중생들의 재앙과 고통을 없애고, 병고와 악업의 죄를 소멸시키며, 지혜를 성취하게 하고, 마음속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무량대비심 다라니법’을 설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이를 허락하시자, 관세음보살은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엄숙한 자세로 다라니를 설하십니다. 바로 저희가 지난 글에서 소개해드린 그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입니다. 이 다라니가 설해지는 순간, 온 세계가 크게 진동하고 하늘에서 꽃비가 흩어져 내렸다고 경전은 전합니다.
이 다라니의 이름과 첫 번째 공덕
경전에서는 이 다라니의 이름을 “온갖 덕을 성취하는 존재”라는 뜻으로 소개합니다. 그리고 이 다라니를 단 한 번이라도 귀로 스치듯 듣기만 해도, 몸속에 쌓인 백천만 가지의 죄악이 소멸한다고 설합니다.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
상권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부모의 깊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이가 이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를 아침저녁으로 정성껏 지송하면, 임종의 순간이 평온하고 두렵지 않으며, 세상을 떠난 뒤에도 좋은 곳으로 인도받는다고 설하는 부분입니다.
오늘날의 언어로 풀면, 효(孝)의 마음을 다라니 수행과 연결짓는 가르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모를 위해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마음 자체가 이미 공덕이 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원 성취에 관한 가르침
상권 뒷부분에는 조용한 곳에서 홀로 앉아 눈을 감고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며 이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를 일곱 번 외우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함이 없다는 구절도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용한 곳에서, 번뇌 망상을 깨끗이 버리고, 일심으로”라는 전제입니다.
즉 이는 단순히 주문을 외우는 행위 자체보다, 마음을 온전히 가라앉히고 집중하는 수행의 태도를 강조하는 대목으로 이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경전 속에는 이 시대의 정서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표현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인의 몸을 벗어나 남자의 몸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오늘날의 성평등 관점과는 거리가 있는, 경전이 만들어진 시대의 사회적 배경과 세계관이 반영된 표현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경전의 핵심은 성별에 있지 않고, 지극한 정성과 신심이 어떤 처지에 있는 이라도 좋은 세계로 이끈다는 근본 가르침에 있습니다.
2. 중권 — 삶의 구체적인 어려움과 다라니
중권으로 넘어가면, 경전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생활 밀착형인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난산으로 고통받는 산모, 오랜 병으로 고생하는 이, 임종을 앞둔 가족,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 심지어 집안에 떠도는 흉흉한 기운까지 — 삶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 앞에서 이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가 어떻게 의지처가 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전통 신앙 속 치유 의례에 대한 이해
중권에는 다라니를 주사(朱砂)로 써서 향물에 타 마시거나, 종이에 써서 태운 재를 물에 개어 쓰는 등의 전통적인 신앙 의례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는 예로부터 동아시아 불교와 민간신앙에서 함께 전해 내려온 “부수(符水)” 신앙, 즉 신성한 글귀를 담은 물이나 재를 정성의 상징으로 삼는 오래된 의례 형태입니다.
여기서 꼭 짚어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러한 구절들은 그 시대의 신앙 형태를 보여주는 경전의 기록이지, 오늘날 실제 질병에 대한 치료법으로 받아들이시라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난산이나 중병처럼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는 반드시 병원과 의료진의 도움을 가장 먼저 구하셔야 합니다.
다라니 독송은 그 곁에서 마음을 지탱하고 평안을 구하는 신앙적 의지처로 삼으시길 권해드리며, 종이를 태운 재를 물에 타 마시는 등의 의례를 문자 그대로 실천하시는 것은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경전이 전하고자 하는 본뜻은 “지극한 정성으로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는 마음”에 있다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임종을 맞이하는 가족을 위한 구절
중권에는 임종을 앞둔 가족을 위해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를 정성껏 준비해 곁에 두면, 그 힘으로 극락세계에 왕생하여 아미타불을 뵙게 된다는 구절도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에도 많은 불자들이 임종을 앞둔 가족 곁에서 염불과 독경을 함께하는 전통과 이어지는 대목으로, 떠나는 이를 위해 남은 이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정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난과 두려움 앞에서
경전은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이가 낮에는 향과 꽃으로 공양하고 밤에는 마음을 다해 염불하면 재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도 전합니다. 또한 집안에 불길한 기운이 감돌 때 다라니를 모시고 공양하면 나쁜 기운이 물러간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구절들 역시 문자 그대로의 재물 획득을 약속하는 것이라기보다,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고 성실하게 정진하는 삶의 태도가 결국 삶을 안정시킨다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3. 하권 — 다라니와 함께한 옛이야기들
하권은 앞의 두 권과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다라니의 공덕을 직접 설하기보다, 다라니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네 가지 이야기를 간략히 소개해드립니다.
계빈타국의 역병
옛 인도 계빈타국에 전염병이 크게 돌아 사람들이 하루 이틀 사이에 목숨을 잃던 때, 관세음보살이 흰옷을 입은 거사의 모습으로 나타나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이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를 써서 지니고 독송하도록 가르쳤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결과 병이 나은 사람들이 널리 퍼져나가 영험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바라국 부잣집 아들 이야기
바라국의 한 부자에게 열다섯 살 난 아들이 중병에 걸려 좋은 약을 써도 낫지 않았습니다. 친구의 권유로 다라니를 써서 불전에 공양하고 독송하게 하니 병이 물러가고 수명이 늘어났다는 이야기입니다.
경전은 이 대목에서 저승의 문서를 관장하는 존재의 입을 빌려, 본래 정해져 있던 수명이 다라니의 힘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전합니다. 이 부부는 크게 기뻐하며 재산을 들여 다라니 천 권을 인쇄해 널리 나누어주었다고 합니다.
업의 인연과 화해의 이야기
인도의 한 부인이 매일 이 경전에 공양을 올렸는데, 전생에 지은 업연으로 인해 세 번이나 자식을 잃는 고통을 겪습니다. 그러던 중 관세음보살이 스님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 아이가 실은 전생의 원한을 갚으러 온 존재였으나 부인이 다라니를 꾸준히 지녀온 공덕 때문에 끝내 해치지 못했다고 일러줍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원한의 존재는 마침내 원한을 내려놓고 좋은 곳으로 떠나갑니다.
이 이야기는 다라니의 힘을 신비롭게 그리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업(業)은 원망으로 풀리지 않고, 정성과 화해로 풀린다”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인은 이후로도 정성을 다해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를 널리 나누며 살았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좋은 곳에 태어났다고 경전은 전합니다.
사미승과 관리의 이야기
일곱 살에 출가하여 늘 다라니를 몸에 지니고 다니던 한 사미승이, 심부름 도중 돈을 갚지 않으려는 관리에게 목숨을 위협받아 물에 던져지는 일을 겪습니다. 하지만 다라니를 지닌 공덕으로 조금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본 관리는 크게 뉘우치고 참회하며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를 널리 나누는 불사에 동참했고, 훗날 높은 벼슬에 올랐다고 전해집니다.
이 이야기 역시 문자 그대로의 기적을 증명하기 위함이라기보다, 정성을 다해 신심을 지켜온 이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상징적인 가르침으로 오늘날에도 되새겨볼 만합니다.
4. 경전을 덮으며 — 오늘 우리에게 남는 것
세 권을 통틀어 이 경전이 거듭 강조하는 것은 사실 하나로 모아집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꾸준히 정성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병고와 재난, 가난과 두려움, 임종과 업연까지, 삶의 다양한 국면마다 경전이 제시하는 처방은 결국 같습니다.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며, 정성껏 다라니를 지니라는 것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경전의 이야기들을 문자 그대로의 기적 서사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가짐을 배우는 방식으로 읽는 것이 더 유익할 것입니다.
병이 났을 때는 병원을 찾고, 어려운 결정 앞에서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되, 그 모든 과정에서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도록 다라니 독송을 곁에 두는 것. 이것이 오늘날 이 경전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깊은 가르침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해드린 하루 독송 루틴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아침저녁 짧은 시간이라도, 이 경전(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경)이 말하는 “일심(一心)”의 마음으로 다라니를 지녀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