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 이야기와 관음재일

다라니를 독송하실 때 손에 염주를 쥐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정작 이 염주가 왜 108개로 이루어져 있는지,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계신 분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관세음보살께는 특별히 정해진 날, 즉 오늘 우리가 살펴볼 “관음재일”이라는 세시풍속이 있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 수행의 도구인 염주와 관세음보살과 관련된 세시풍속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부. 염주 이야기

염주란 무엇인가

염주(念珠)는 범어로 말라(mālā)라고 하며, 우리말로는 수주(數珠)·송주(誦珠)·주주(呪珠)라고도 부릅니다. 이름 그대로 “염불의 횟수를 기억하는 구슬”이라는 뜻으로, 염불을 하거나 다라니를 독송할 때 일정한 수의 구슬을 꿰어 만든 도구로 그 횟수를 헤아리는 데 사용됩니다.

왜 하필 108개일까

가장 널리 쓰이는 염주는 108개의 구슬로 이루어진 108염주입니다. 이 숫자는 인간이 지닌 108가지 번뇌를 끊고, 108가지 삼매(三昧)를 증득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옛 경전인 《목환자경(木槵子經)》에는 번뇌와 업보를 없애고자 한다면 108개의 열매를 꿰어 늘 지니고 다니며, 걷거나 앉거나 눕거나를 막론하고 늘 불법승 삼보의 이름을 외우면서 하나씩 넘기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 수가 쌓이면 업이 소멸하고 안락하여 위없는 과보를 얻는다고 전해집니다.

108 염주와 관음재일

108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전에 따라 염주의 개수는 조금씩 다르게 전해집니다. 《다라니집경》에서는 108주·54주·42주·21주 네 가지를, 《수주공덕경》에서는 108과·54과·27과·14과 네 가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금강정유가염주경》에서는 염주를 상품(上品)·최승(最勝)·중품(中品)·하품(下品)의 네 등급으로 나누어, 1080주는 상품, 108주는 최승, 54주는 중품, 27주는 하품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각 숫자에는 저마다의 상징이 담겨 있습니다. 108의 절반인 54주는 보살이 닦아가는 수행 단계를, 42주는 보살 수행의 42단계를, 21주는 보살의 십지(十地)와 십바라밀에 깨달음(불과)을 더한 것을 상징한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14주는 특별히 “관세음보살의 열네 가지 두려움 없음(十四無畏)”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어, 관세음보살 신앙과 유독 깊은 인연을 지닌 염주라 할 수 있습니다.

재질과 구조

염주는 본래 인도 보리수나무의 열매인 보리자(菩提子)를 정성껏 골라 108개를 꿰어 만든 것이 시초였다고 전해집니다. 오늘날에는 목환자(木槵子), 율무, 금강자, 수정, 산호, 향목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대체로 염주에는 다른 알보다 유독 큰 모주(母珠)가 하나 있는데, 이 모주는 속을 투명하게 만들어 그 안에 작은 불상이나 보살상을 넣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108염주를 세실 때 이 모주를 포함시킬지 말지를 두고 소소한 의견 차이가 있기도 한데, 이는 정해진 정답이 있다기보다 각자의 방식에 맡겨두어도 무방한 부분입니다.

올바른 사용법

염주를 사용하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알을 돌릴 때마다 마음을 오로지 그 한 곳에 모으는 것”입니다. 그저 습관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알 하나하나를 넘길 때마다 부처님, 혹은 관세음보살과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함께 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몇 가지 실용적인 사용 원칙도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 불보살께 예를 올릴 때는 팔에 감거나 손에 쥐고 돌리는 것이 바른 방식입니다.
  • 목걸이처럼 늘 목에 걸고 다니는 것은 바른 소지법이 아니라고 전해집니다. 장신구가 아니라 수행의 도구로 여겨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 108염주 두 손으로 굴리실 때는, 옆으로 누운 8자 모양으로 가운데를 한 번 꼬아 굴리면 양손의 엄지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 훨씬 편하게 다루실 수 있습니다.
  • 평상시 손목에 가볍게 차고 다니는 짧은 염주는 합장주(合掌珠) 또는 단주(短珠)라고 부르며, 108염주와는 별개로 일상에서 편하게 지니는 용도로 널리 쓰입니다.

이 사이트를 찾아 다라니 독송을 이어오고 계신 분이라면, 휴대폰 계수기 앱과 함께 108염주를 병행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앱이 정확한 숫자를 기록해준다면, 염주는 손끝의 감각을 통해 한 알 한 알에 마음을 싣는 훈련을 함께 해주는 도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2부. 관세음보살과 세시풍속 — 관음재일

불교의 열흘 재일(十齋日)

불교에는 매달 특정한 날짜마다 특정한 부처님과 보살을 기리며 정진하는 십재일(十齋日) 풍속이 전해집니다. 음력을 기준으로, 1일은 정광불재일, 8일은 약사재일, 14일은 현겁천불재일, 15일은 미타재일, 18일은 지장재일, 23일은 대세지보살재일, 24일은 관음재일, 28일은 노사나불재일, 29일은 약왕보살재일, 30일은 석가모니불재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지난 글에서 소개해드린 대세지보살의 재일(23일)이 관음재일(24일) 바로 하루 앞에 이어져 있습니다. 이는 아미타삼존을 이루는 두 보살이 달력 위에서도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관음재일이란 무엇인가

이 중에서도 우리가 특별히 주목할 날은 매달 음력 24일, 관음재일(觀音齋日)입니다. 이 이름을 풀어보면, “관세음보살님을 마음속에 품음으로써 몸과 말과 마음을 맑히는 날”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재(齋)”라는 글자 자체가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어, 단순히 관세음보살을 기념하는 날을 넘어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진하는 날이라는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사찰에서는 매달 이날 사시예불(오전 10시 무렵) 시간에 맞추어 관음재일 기도를 봉행합니다. 이날 사찰에서는 관음정근(觀音精勤), 즉 “관세음보살” 명호를 한마음으로 부르는 정진이 특히 강조됩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를 찾듯 간절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잊지 않으려 힘쓰는 것이 이날의 핵심입니다.

절에 가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관음재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찰에 가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가 처한 자리에서, 그날그날의 시간과 장소에 맞추어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부르고 잊지 않으며 지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음재일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찾아주시는 분들처럼 매일 다라니를 독송해오고 계신 분이라면, 특히 이 관음재일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정성을 들여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관음재일을 활용하는 법

바쁜 일상 속에서 매일 같은 강도로 정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관음재일 같은 정기적인 이정표가 도움이 됩니다.

  • 음력 24일을 달력에 표시해두기: 스마트폰 캘린더에 매달 음력 24일을 관음재일로 등록해두시면, 그날은 자연스레 평소보다 더 정성껏 독송하는 계기가 됩니다.
  • 그날만큼은 108염주로 정근하기: 평소 계수기 앱으로 편하게 독송하셨다면, 관음재일에는 108염주를 손에 들고 한 알 한 알 정성을 다해 돌려보시는 것도 뜻깊은 실천이 됩니다.
  • 하루의 소회를 기록하기: 관음재일에 맞추어 이 사이트의 “수행 나눔터”에 그달의 소감을 정리해보시면, 한 달 단위로 자신의 수행을 돌아보는 좋은 기록이 됩니다.

마치며

염주 하나에 담긴 108가지 번뇌의 의미, 그리고 매달 돌아오는 관음재일이라는 오래된 이정표. 이 두 가지는 모두 “꾸준함”이라는 하나의 가르침으로 이어집니다. 염주의 한 알 한 알이 쌓여 108이 되듯, 우리의 하루하루 정성이 쌓여 결국 큰 수행의 결실을 이루게 됩니다.

오늘 이 글을 읽으신 김에, 다음 관음재일이 언제인지 한번 확인해보시고, 그날만큼은 평소보다 조금 더 정성을 담아 다라니를 독송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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